호미로 바지락을 캤다. 어른 1인 체험비 만원을 내고 바구니 받아서 뻘에 들어가 열심히 캤더니 한 바구니 철철이다. 동죽 같은 것도 여러 알 잡았고 백합조개도 잡았다. 바구니를 들고 세척장으로 나가다가
넘어졌다.
세척장에서 조개를 깨끗이 씻어 소금 넣고 해감을 두 시간 했다. 나도 해감 중이었다. 물에 폭 얼굴을 담그고 뻘을 뱉어내는 시간. 나의 해감이 끝나면 꺼끌거렸던 마음들이 녹아지려나, 오래 묵은 감정들을 툭 뱉어버릴 수 있으려나.
해감. 조개들이 뻘과 모래륻 다 밷어내길 기다리는 시간
장화를 체험마을에서 신고 바다에 들어갔더니 발이 편했다. 호미질 2시간에 손가락엔 물집이 잡혔고 물들어 오는 시간 바지락 통 안고 철수하는데 밧줄에 걸려 앞으로 자빠졌다. 바구니도 바지락도 다 날아가고 무릎은 깨지고 손바닥은 모래에 쓸렸다.
웃었다. 얼마나 크게 웃었더니 체험객들도 따라 웃었다. 조개를 다시 담아 씻고 바지를 보니 무릎에 뻘이 묻어 있어 영광이었다. 언제 넘어져 봤나? 다 큰 아줌마가 넘어졌으니 우습고 재미있었다.
모자라게 보였으나, 덕분에 웃었으면 되었다.
무릎 깨진 옷을 종일 입고 다녔다. 바보같아 보였다.
집에 오는 길
해룡 주유소 편의점에서 육포 1봉과 맥주 한 캔을 샀는데 포스 기를 잡은 해룡이가 계산해주면서
'아, 나는 아직 육포 안 먹어 봤는데..' 하길래
봉지를 찢어 두 줄 꺼내 줬더니 하나는 지 먹고 하나는 옆에 아저씨 드리면서 행복해했다.
해룡이는 조금 모자라는 청년이다. 아니다. 그렇고 보는 내가 모자라는 아줌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 가면 해룡이 같은 사람들이 나한테 친절하고 나도 또 그런다. 모자라는 사람은 모자라는 사람들이 채워주고 사는 가 보다.
온다. 뻥 파는 사람도 껌 파는 할머니도 내게 온다. 떡 파는 청년도 왔다. 뻥을 뻥처럼 들고 내게 준다. 오천 원 오천 원. 나는 지갑을 열고 뻥을 받는다. 다시 오지 말라해도 까먹었는지 또 온다. 내가 뻥이다. 그래. 친구 넷이서 내기한다. 저 뻥은 또 민재한테 가겠지?
허당이 넘어졌는데 허당이 손 잡아준다.해룡이의 육포는 무슨 맛이었을까? 문 밖에서는 빨리 나오라 난리고 나는 해룡이랑 눈 만 봐도 좋고.
구름 한 점 없는 마음의 천국
하늘에는 하늘만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우리는 복잡하고 다양하여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땅 한 번 짚고 그네 탄 마음처럼 살랑살랑 올라보기도 내려오기도 하자. 밀어주고 앉고 서고, 같이 타면 더 즐겁고 안전하겠네. 밀어주는 힘 받아 발을 구르고 등을 펴 저 멀리 높이 그네가 왔다 갔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