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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쌤 Nov 02. 2021

반짝반짝 가을볕 단풍 별

설렘은 볕보다 먼저 반짝


앵강만을 자주 가요. 집에서 전남 광양만도 가깝고 남해 앵강만도 가까워요.


큰 이모가 살던 남해 신전마을 앞바다가 앵강만인데, 멸치 말리는 씬은 처음 만났어요. 반짝반짝 처음에는 하얀 곡식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멸치였어요. 마을 어르신 몇 분께서 잘 마른  멸치를  박스에 턱 턱 담고 계셨는데


눈대중 손대중으로 한 박스 척 척 논스톱으로 채우는 모습이 신기했고 대단했어요. 눈 크게 뜨고 사진 찍는 제게 한 움큼 주워 먹으라는데, 종이컵으로 반 컵 정도 되는 멸치를 쥐고 꼭 꼭 씹어 먹었어요.


가을볕에 말린 멸치! 짜지 않고 얼마나 바싹하던지. 제 몸속 우울 말리듯 가을볕 쬐면서 앗싸 앗싸 기분 좋아진 하루였어요. 가을소풍 가던 시절 생각하면 '설렘은 볕보다 먼저 떠' 새벽에 김밥 싸는 엄마보다 먼저 일어났었지요?


그런 마음이었어요. 멸치 한 주먹과 가을볕 열 모금~♡


앵강 동네 어른이 주신 멸치 한 움큼. 멸치야 빛 난다 너도!   가을 볕처럼 바싹해진 기분!^^

남해 삼동면사무소에서 첫 근무를 한 남편이 자주 말했어요. 라떼 말이야~, 고추장만 들고 마을로 외근 나가면 멸치를 콕 콕 찍어 먹는 情이 빛 났었는데 말이야~. 어부들께서 허락하신 멸치를 먹었다 말하지만 오늘 만난 인심도 따뜻해서 라떼~ 아니어도 맛있는 날이었어요.


봄 볕에는 며느리를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 했었나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얼굴 머리 다 가리는 현실이라 해도, 마스크가 일상이 된 현재라 해도

사람 쬐기(유홍준 시인의 시에서 인용), 볕 쬐기가 힘들어진 요즘 짧은 산책으로라도 우울을 말리고 싶어요.


급 다운된 아침 기온에 겨울 같은 가을도 곧 문 닫히면 아깝잖아요^^

앵강만 백 씨 아저씨네 멸치.

도시락 먹었어요. 멸치볶음과 어묵, 소시지 계란 부침으로. 가끔 추억 팔이로, 집에서도 재미로 도시락 하나에 오천 원 받고 식구들에게 저녁 메뉴로 팔았는데


멸치 보고 온 기념으로 추억 한 판 가자고 해서 동네 밥 집 다녀왔어요. 흔들었던가? 흔들렸던가? 하면서 둘은 흔들어 섞어 먹고 둘은 그냥 먹고 한 명은 된장에 흰 밥 먹었어요.


도시락 사진은 단골집에서 먹기 전 찍어 왔어요. 양은 도시락에 책을 담아 선물하기는 자주 하는데, 추억 담기는 요즘 하다가 말았어요.

밥은 잘 먹고 계신가요?


안부 여쭙기도 미안한 분들이 계셔, 요란한 음식과 이야기들은 좀 더 서랍에 넣어 두었다 꺼낼게요. 밤에 덮고 잘 이불이 두꺼워졌습니다.


가을볕.

남해 볕.

더하기 설렘. 


흔들려 볼까요?

흔들 사람 손!


손든 사람과 삼신봉 올랐어요. 청학동에서 ㅡ삼신봉 ㅡ다시 삼성궁 12km 정도 산길을 오르고 내렸어요. 내려오면서 주운 나뭇잎으로 책갈피 넣어두었고요 '한때'를 영원히 가둬놨어요 추억하려고 저장했어요.


구르는 천둥 이라는 책에 꽂아 놓았습니다



원래, '손'이란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면 움직임을 보이지요. 행동이야 말로 모든 것의 시작, 이라고 괴테는 말했어요.


무였던 세계에 '전부'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충동이라 했는데(무언가 돌파구) 헬렌 켈러의 '물'이 충동이었어요. 충동이야 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에요. 보통 상태에 있는 보통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지만요.


행복한 물 냄새

용감한 돌 냄새

단풍은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요?


정신을 신기한 직물 기라고 신경학자가 말했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항상 의미 있는 패턴을 짜 나가는 직물 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단풍이 내려와

노랗게 빨갛게 물든 산을 본  당신의 정신은 어떤 직물 짜고 있나요?

저는

구르는 천둥이라는 인디언의 말로 실을 대신하고 바람과 단풍잎 섞어 천에 물들인 후 스카프를 만들어 가을 내 목에 팔목에 머리에 감고 다니고 싶습니다.


인디언의 이야기 편에 넣어두었습니다

볕이  마음을 달래주는 계절이에요. 너는 그렇게 빛나고 있어!, 단풍이 들고 단풍이 떨어져도 계속 빛나고 있어!.


말은 상처를 주기 때문에 말이 적은 사람 셋이서 다녀온 등산. 우린, 한 시대는 몰라도  이 순간은 최고였어.


밝게 살자

밝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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