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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쌤 Nov 17. 2021

호외號外, 호외예요 호외!

Are U ready?


이연걸 삐삐 번호는

117713190

영화, 영웅 1995년에서--------1


엽문 집  전화번호는

(홍콩) 642-639

엽문 4  더 파이널 2020년에서 ----------2


이렇게 영화를 엄마식(94학번. X세대)으로 읽어대는 내게는 1999년, 2002년, 2004년 생의 딸 아들 딸과 1966년생의 남편이 가족으로 있는데


어제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고 온 아들에게 책 한 박스가 왔다. 건축학 전공을 하는 아들이 생애 첫 '남모를' '저모를' '뜻 모를' '아모를' 싸인을 한 사건인데 아빠식으로 해석하면 다단계에 걸렸고, 나의 식으로 해석하면 아이템*같은 학습지 계약이고 누나식으로 풀면 ㅉㅉㅉ.


월 삼만 원 곱하기 십 개월.


책이 집으로 오기 전 나눈 우리 집 대화창은 이렇다.

'이, 코로나 시절 엄격한 출입과 과사를 통과한 책이라면 일단 믿어주자. 그리고 건축 관련이니까 이미지, 건축가, 건축 사료 등 책을 보고 반품할지 결정하자. 아들이 설계하느라 정신없을 때 계약 한 책이니 그건 이해하자. 카드로 10개월치 완납으로 결제한 건 아니니 다행으로 생각하자. 우리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보다 양질의 책일 수도 있으니 기다리자'.


당신은 (1966년생) 전기장판이나 약탕기를 산 적 없어? 스무몇 살에?

있지. 어떻게 아들이 나를 쏙 빼박 했지¿...


부산 서면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시절, 남편은 컴컴한 봉고차에 들어 가 '공부가 잘 되는 테이프'를 할부 계약했다 한다. 정확히 어떤 테이프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월 만원 이상 2년을 약정했었는데 잠도 못 자고 걱정은 태산이었고


남해 사는 작은 삼촌께 울며 전화했더니, "돈이 문제야? 갚아 주면 문제는 해결되는 거지?" 하며 지로에 적힌 계좌로 여차저차 계산을 끝내며 이십 대, 아니 생애 첫 큰 걱정을 해결해 주셨다 한다.


아들이 아빠에게도 아닌, 말 잘하는 누나에게도 아닌, 엄마에게 책 박스 속 출판사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보이며 도와주라 했다. 아빠는 말하다 오히려 설득당할 거 같고 누나는 싸울 거 같고 엄마는 조심해서,


선생님,

저기요, 라며 싸우지 않고 아들과 판매자의 입장을 고려해 오해 없이 이야기를 잘할 거 같다했다.


친구 집에서 저녁에 잠시 향어회 몇 점을 나누었는데 언제 나온 건지도 모른 신문을 접시 밑에 깔았다. 존경하는 허연 시인의 칼럼과


'나이 든다고 슬퍼 말라 행복은 50대부터 온다'는 반등의 스토리가 있었다. 경쟁은 사라지고 연민 동감의 때가 온다는데.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유명 시구를 인용한 영화 은교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U,


인생곡선을 그린 알파벳이라는 U에서

나는 곧 반등한다, 하리라는데

불만 불행 불평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시기가 50대라는데


Are U ready?


나는 지금이 딱, 좋아

라며 밥 상을 차린 동네 친구의 마음이 동그랬다. 며 칠 후면 보름이네. 나뭇가지에  걸린 달은 흔들리지도 않네.


증권가 선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호외랑 어떻게 다른지는 모른다. 호외는 속전속결이었고,  선전지는 소리 없이 퍼지는 물의 북 같은 거 아닌가 싶다.


아들의 책 이야기는 호외다.

다섯 식구의 일기 속에 속보다 속보. 귀를 쫑긋 세우고 얼굴이 빨개지는 누나의 오만 원어치 잔소리가 시작되었고 첫 책 한 권 만으로도 땡, 하는 아빠는 라떼라떼 두 컵을 마셨고, 고2 여동생은 오빠가 설마 하며 보이스피싱당한 집처럼 한 동안 멍했다.


일찍 전화를 걸어,

체결된 내용과 반송에 대해 물었는데 판매자들의 친절에 오히려 고마웠고 다행이었다. 동봉된 주소로 책을 도로 보냈으며 아들의 긴장도 함께 풀려 마음 편히 공부하러 진주로 나갔다.


영화를 또 본다


석쇠에 가리비랑 동죽 하나씩 올려놓고 조개 입이 빨리 벌어지는 쪽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


걸레에 때 까 걱정하는 사람 조개가 맨 먼저 입 열고


폭죽 보면 희망일까 불안일까 생각하는 사람 조개는 아직 입 다물고 있다.


공중제비 난타, 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호외를 쓰고 있다.


청춘의 자부심 병무청, 아들이 신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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