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아무튼, 언니>를 읽고
첫 언니는 신입생 대학 OT에서 만났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집합 장소에서 나와 같은 조면서 먼저 와 있는 학생이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마음이 잘 맞았고, OT 장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저녁 레크리에이션 시간 전까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었다. 장기자랑도 하고 율동도 배우며 정신없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끝나갈 무렵 X맨 공개 시간이 있었다.
신입생 OT에 선배들이 신입생 인척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을 X맨이라고 하는데, 당시에 나는 OT에 X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른 조 친구들의 놀라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우리 조에도 X맨이 있었다. 나와 바로 직전까지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그 언니었다. 언니는 나보다 4살이 많았고, 학번도 딱 그만큼 차이가 났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더 친해졌다. 언니가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우리는 같이 홍대에 있는 클럽에 갔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팀 프로젝트를 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토익 스피킹 연습을 하고, 오징어튀김을 나눠 먹으며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언니는 종종 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면 언니가 생각났다.
<아무튼, 언니>를 읽으며 나의 삶에 있는 언니들이 생각났다. 대학 졸업 후 운이 좋게도 나는 내 언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몇 명 더 만났다. 새로운 언니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녀가 살아온 삶이 궁금해 많은 질문을 했다. 그때마다 언니들은 본인의 경험담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고민을 들어주었고, 마지막에는 항상 잘 하고 있다는 격려를 잊지 안아주었다.
특히 일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부모님과 친구들도 알지 못하는 답을 언니들은 알고 있었다. 면접, 연봉협상에서부터 회사에서 있었던 갈등을 털어놓으면 언니들은 항상 답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일하는 자아의 대부분은 언니들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 모습을 언니가 보고 웃어주면 좋겠다.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언니만 있으면 된다.
집에서는 첫째이기에, 막냉이라며 떡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언니들 앞에서는 괜히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최근에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힘들다고 하니 잘 하고 있다며 꼭 안아주었다. 이상하게도 친구들과는 괜히 낯간지러운 행동도 언니들과는 그렇지 않다.
아무튼, 언니들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