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6일 여행기, 잠시 오스트리아
2023.09.25
Vienne
점심 - Ilona Stüberl
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벨베데레 궁정은 오픈 시간보다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사람들이 많아 구경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이 적은 도시들만 다녀서 괜히 긴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빈에는 클림트의 키스 작품밖에 볼거리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또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그 작품 하나로 빈에 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거 아닐까. 미술관을 즐기진 않지만 그래도 빈에 왔다면 봐야 한다는 그 작품을 나도 보고 싶었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보았고 심지어 최근에 1,000 조각 퍼즐로 맞춰보아서 잘 아는 작품이었는데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기는 했다. 클림트 외에도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곤 쉴레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으로는 슈니첼을 꼭 먹어보고 싶었다. 특별한 맛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오스트리아에 왔으니까! 벨베데레 성 근처에 맥주가 맛있는 곳이 있다기에 기대에 가득 차 가봤는데 자리를 지하로 안내받았다. 분명히 1층에도 충분히 자리가 많았는데 말이다. 지하에 내려가 보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음식점에서 흔하게 하는 인종차별 중 하나가 동양인들을 일부러 한 공간에 모은다던데 왠지 당한 거 같았다. 심지어 내가 안내받은 자리에서는 습해서 쿱쿱한 냄새가 났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기분이 나빠 도저히 거기서는 먹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또 찾아놓은 곳이 있어 바로 이동을 했다. 그곳은 메뉴가 다양했는데, 그중에 먹고 싶었던 슈니첼과 좋아하는 굴라쉬를 시켰다. 헝가리가 근처에 있어서인지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굴라쉬를 종종 먹는 듯했다. 그런데 헝가리에서 먹었던 굴라쉬는 고기 스튜에 가까웠다면, 여기는 스튜는 아니고 고기와 소스가 각각 나왔다. 슈니첼은 내가 생각한 그 맛이었는데 크랜배리 소스와 같이 먹으니 나름 새로운 맛이 재미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빈은 낮에도 너무나 추웠다. 날씨도 좋지 않아 햇빛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비가 안 와서 다행이었다. 바로 어제만 해도 타오르미나의 뜨거운 햇빛에 고생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빈은 현대 건축물과 과거의 건축물의 조화가 잘 되어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건축물들이 그냥 최근에 다 같이 개발된 거 같다. 중심부에는 대성상, 오페라 극장, 박물관, 그리고 여러 많은 궁정 등 볼거리가 다양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남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건축물이라 신선했다.
빈은 일요일이면 음식점과 카페를 제외한 모든 곳이 문을 닫는 듯했다. 따뜻한 옷을 사고 싶었는데 옷 가게 하나 연 곳을 찾지 못했고, 심지어 중심부에 있는 슈퍼마켓마저 모두 문을 닫아 물도 사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중앙역에 있는 슈퍼는 열었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넘쳐났다.
빈의 건축물들은 밤이 되면 더 아름답게 빛난다고 해서 야경까지 보고 싶었지만 어제의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고, 날씨까지 춥다 보니 계속 밖에 있다가는 앞으로 여행에 지장이 있을 거 같아 아쉽지만 몸을 챙기기로 했다. 바리에서 하루 쉬었을 때 괜히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확실히 이후에 하는 여행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저녁으로는 베트남 쌀국수를 시켜 먹었다. 역시 추운 날에는 국물 요리를 먹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