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도 Sep 14. 2023

Day 21. 도레미송을 부르며 걸어야 될 것 만 같아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잠시 오스트리아

2023.09.26

Vienne, Salzburg

저녁 - Augustiner Bräu Mülln

숙소 - https://www.airbnb.co.kr/rooms/25398667?source_impression_id=p3_1694701123_KsGBdbzKg%2Fp0IlL8


오늘도 해가 나올 거 같지 않았다. 컨디션이 더 나빠지면 앞으로 여행이 힘들어질 거 같아 가지고 온 모든 옷들을 최대한 겹쳐 입었다.


어제 야경을 보지 않고 숙소에 일찍 들어온 게 아쉬워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쉰부른궁에 갔다 왔다. 프랑스의 베르샤유 궁전의 정원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정원은 근처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리기 장소인 듯했다. 


쉰부른궁 정원 뷰포인트

정원 뒤쪽으로는 언덕이 있는데, 조금만 올라가면 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가까이서 봤을 때는 웅장한 건물들이 멀리서 보니 장난감 같았다.



빈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모든 사람들이 오스트리아에 간다면 빈은 안 가더라도 잘츠부르크는 꼭 가보라며 추천을 했기에 기대를 한 가득 했다.


잘츠부르크를 가로지르는 옥색 빛의 강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옥색 빛의 강, 폴란드가 생각나는 알록달록하지만 색감이 빠진 거 같은 건물들까지. 빈은 너무나도 큰 대도시라 차가웠다면, 잘츠부르크는 긴 치마를 입고 도레미송을 부르며 벅찬 감정으로 걸어 다녀야 될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정리하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거다.


맥주와 주전부리


점심 겸 저녁으로 시내 근처에 있는 오래된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맥주집에 가보기로 했다. 저번 동유럽 여행에서 맛있는 맥주를 많이 마셔서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확실히 신선한 맥주였긴 했다. 


워낙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합석을 해야 하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 30년 정도 한국에서 기차가 다니는 다리를 만드는 일을 했다는 할아버지는 잘츠부르크 뒤쪽에 있는 언덕을 하나 넘으면 있는 작은 마을에 산다고 하셨다. 오늘은 맥주가 먹고 싶어서 3km 정도 걸어서 왔다는데, 멋있는 삶을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는 수도원 뒤 쪽으로 나 있는 할아버지가 추천해 주신 길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채도가 빠진 알록달록한 건물들

와인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가 리슬링이라는 포도 품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 오스트리아, 그리고 근처에 있는 독일이 리슬링 와인으로 유명하다보니 이탈리아에서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리슬링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숙소다. 바리에서는 중심부에서 떨이진 곳에 숙소를 잡아 고생을 했었어서 그다음부터는 숙소를 선택할 때 중심부에서 얼마나 가까운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 잘츠부르크 숙소도 모든 볼거리를 걸어서 갈 수 있고 평점도 좋기에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올드타운에 있다 보니 숙소 건물이 너무 오래되었다. 유럽 사람들이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 상태의 건물에서도 살아간다는 게 놀라웠다.

작가의 이전글 Day 20. 무채색의 화려한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