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잠시 오스트리아
Day 21. 이런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2023.09.27
Salzburg, Hallstatt
저녁 - Sternbräu
숙소 - https://www.airbnb.co.kr/rooms/25398667?source_impression_id=p3_1694701123_KsGBdbzKg%2Fp0IlL8
어젯밤에는 화장실이 열악해 보여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면 가격 대비 좋은 숙소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동생이 강력 추천한 여행지인 할슈타트로 향했다. 할슈타트는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인데 크기가 워낙 작아 숙박 시설이 많지 않고, 또 무척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당일치기를 많이 하는데 동생은 한 번 갔다가 너무 좋아 그다음 날 또 갔다 왔다고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로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떤 방법을 택하든 최소 2번은 갈아타야 하는 듯했다. 호수 위 배에서 보는 할슈타트도 이쁘다고 하던데 하필 지금 어떤 이유로 인해 배가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버스를 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2번이나 갈아타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버스끼리 연결이 잘 되어있고, 배차는 길지만 오는 시간이 정확해 복잡한 루트 치고 쉽게 갈 수 있었다.
버스로는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창문 너머 풍경을 보느라 지겹지는 않았다. 멍하니 풍경을 보다 보니 여러 궁금증이 생겼는데, 집들마다 넓은 잔디밭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외딴곳에 내린 이 사람은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지, 그런 시답지 않은 질문들이었다.
할슈타트가 작은 마을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예상보다 작았다. 그런데 또 마을 규모에 비해 관광객들은 정말 많았다. 그래서 마을 자체가 관광지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나마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었지 오후가 되니 단체 관광객들의 등장으로 더 많아졌다.
마을이 작다 보니 마땅히 먹을 곳도 쉴 곳도 없어 같은 길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며 천천히 구경했다. 도대체 동생은 할슈타트에서 이틀 동안 무엇을 한 걸까?
그럼에도 할슈타트가 왜 인기가 많은 관광지인지는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새들이 헤엄치는 호수를 옆에 둔 아기자기한 건물의 동화 같은 마을. 정말 딱 디즈니 이야기의 배경인 거 같은 마을이랄까.
사람들이 호수에 있는 새들에게 종종 빵을 주는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수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가까이 다가오기까지 했다. 거위는 털갈이를 하는지 바미(강아지)가 간지러운 부분을 핥듯이 긴 목을 뒤로 져치며 털을 솎아 냈고 그때마다 털이 풍풍 빠졌다.
할슈타트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는 소금 광산이다. 그런데 하필 내가 최근에 디센트 영화를 보고 온 터라 동굴에는 들어가기가 싫었다. 대신 소금 광산 근처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전망대는 푸니쿨라를 타고 갈 수도,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다. 나는 올라가는 건 푸니쿨라를 타고 더 이상 할슈타트에서 할 일도 없고 해서 걸어서 쉬엄쉬엄 내려왔다.
전망대에 오르니 흐렸던 날씨가 잠시 개었다. 할슈타트 말고도 호수 근처에 다른 마을들과 성들을 볼 수 있었는데, 저런 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꽤 긴 시간 전망대에 있었다.
천천히 내려왔음에도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버스가 오기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남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호수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겠지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더 추워졌다. 안에 앉아 있을만한 곳은 다 자리가 차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모두 슈퍼로 몰렸다. 나도 케밥을 먹으며 사람들과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하루 종일 마땅히 먹은 게 없어 모차르트가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알려진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스트리아답게 가격이 꽤 나가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먹어도 시판 토마토소스를 사용한 거 같았다. 오스트리아에서의 마지막 끼니가 시판 소스라니, 조금 시무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