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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Oct 25. 2023

Day 23. 드디어 나도 옥토버페스트에, 신난당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잠시 독일

2022.09.28

Salzburg, Munich

점심 - Five Guys


어제는 동화 속 마을 할슈타트를 산책했다면 오늘은 옥토버페스트에 가는 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여행은 너무 다채롭다.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할 때 우연히 내가 여행하는 기간에 독일에서 옥토버페스트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속되는 여행 준비에 지쳐있을 때 즈음 알게 된 신나는 정보였다. 그래서 굳이 굳이 바쁜 여행 일정에서 하루를 빼서 옥토버페스트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유럽에 총 3번 왔는데 왠지 모르게 독일은 그다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래서 독일만 쏙 빼놓고 그 양옆 나라들을 갔었는데 드디어 이번에 가게 된 거다. 물론 하루지만.



잘츠부르크에서 뮌헨까지는 기차를 타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미 기차에서부터 독일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맥주를 몇 박스씩 가지고 타더니 기차에서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옥토버페스트에 가기 전에 뮌헨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기왕 뮌헨까지 왔는데 옥토버페스트만 가기에는 괜히 아쉬웠달까. 뮌헨의 건축물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색이 없고, 건물들은 녹슬어 보였다. 그런데 또 촌스러운 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게 또 멀리서 보니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어두침침하면서 화려한 건축물들

시내 구경을 한 또 다른 목적은 쇼핑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 돌로미티 지역을 여행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얇은 옷들로는 도저히 다니기 힘들 거 같았다. 열심히 돌아다녀 Zara에서는 패딩 조끼를 H&M에서 기모 운동복 바지를 샀다. 오늘도 비가 와서 날씨가 쌀쌀했는데 옷을 갈아입으니 괜찮아졌다. 



옥토버페스트로 향하는 신나는 발걸음

대충 시내 구경도 하고 옷도 샀겠다, 드디어 옥토버페스트를 갈 시간!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뜬 사람들과 함께 북적북적이며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점잖아 보였던 독일 사람들이 그런 옷을 입고 신나한다는 게 귀여웠다.


어디로 가야하지...?

가기 전에 옥토버페스트와 관련된 팁을 미리 찾아봤는데도 막상 텐트에 들어가니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테이블을 예약한 게 아니니 무조건 합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당연히 몇 번 거절을 당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계속 실패하니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계속 실패를 하며 세 번째 텐트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info라고 쓰인 풍선을 든 분이 있었다. 여쭤보니 2층으로 가면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2층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2층인들 어떠하리.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첫 번째 텐트에서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다행히 옆에 앉은 뉴욕에서 온 친구들이랑 간간히 대화를 하며 조금씩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미 네 번째 맥주를 마시고 있다던 친구들은 벌써 취기가 올라온 듯 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두 번째 텐트

두 번째 텐트에서는 같은 테이블에 헝가리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번이 11번째 옥토버페스트라 했다. 옆 테이블에는 레드볼 회사에 다니면서 한국에 출장을 자주 간다는, 하이트와 소주를 좋아한다는 친구도 있었다. 옥토버페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즐겁기 때문에 그냥 모두와 친구가 되게 되는 거 같다. 물론 유효기간은 하루이지만. 첫 번째 텐트와 달리 두 번째 텐트의 밴드는 간간이 영어 노래도 연주해 주어서 사람들과 같이 노래도 불렀다.


세 번째 텐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테이블 하나를 다 사용할 수 있었다.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맥주가 무조건 1리터인데 연속으로 3잔을 마시니 나도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이 너무 난 나머지 2층에만 있기 아쉬워 맥주잔을 들고 1층에 내려가 서서 축제를 즐겼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쩌다 잠깐 대화하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가 혼자 왔다는 말에 기념사진을 찍어주기까지 했다.


사진으로는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데 1L 잔이다

아, 맥주는 당연하게도 맛있었다. 아무래도 계속 소비되기 때문에 신선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텐트마다 맥주 맛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도수가 10도 이상인 거 치고는 술이 세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텐트 안에서 파는 음식은 비싼 거 치고는 맛이 없었는데, 그래서 다른 텐트로 이동할 때 밖에서 치킨 반 마리와 소시지를 먹어 배를 채웠다.


옥토버페스트에서 가장 늦게까지 하는 텐트가 11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맥주 축제 치고 빨리 닫는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행이었다. 왜냐면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밤새 맥주를 마시며 놀았을 거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축제가 끝나면 바로 숙소에 가겠다고 결심했는데, 막상 끝날 시간이 되니 에프터 파티에 가고 싶어졌다. 다행히 단호하게 나를 말려주는 사람이 있어 바로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에는 원망스러웠지만 그다음 날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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