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2
Ortisei
숙소 - Garni Dolomitenblick
어제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결국 밤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이불을 덮어도 추웠다가도, 갑자기 더워 땀을 흘리는 걸 반복했다.
평소라면 하룻밤 앓고 나면 괜찮아졌을 텐데, 며칠 동안 무리를 해서인지 아침에 일어났을 땐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 같았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몸이 아프다는 게 서럽기까지 했다. 왜 하필 이곳에서인지, 왜 하필 오늘인건지.
일단 숙소에서 쉬며 몸 상태를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을 먹고 잠을 더 자고 일어나니 씻을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고, 12시쯤 되니 나가도 될 정도가 되었다.
오르티세이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고르자면 알페 디 시우시와 세차다일거다. 원래는 오늘 세차다에 올라가 트래킹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무리를 하고 싶지는 않아 알페 디 시우시를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알페 디 시우시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렸다. 가면서 오르티세이 시내 구경을 했는데 마을 자체는 폴란드의 자코파네가 생각나는 작고 이쁜 마을이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본인이 이곳에서 신문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며 오르티세이에 온 걸 환영하다고 해주셨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알페 디 시우시는 알프스 지역에서 가장 넓은 초원지대이다. 단순히 그냥 초원 지대였다면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초원 지대를 바위 산이 둘러싸고 있어 멋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케이블카에서 나오자마자 알페 디 시우시에서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가 나오는데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다 싶었다.
알페 디 시우시의 초원은 내 생각보다 넓었다. 알페 디 시우시 내에 케이블카도 있고, 호텔도 몇 개 있었다. 다음에 내가 다시 오르티세이에 온다면 꼭 이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하루에 세차다와 알페 디 시우시를 다 구경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페 디 시우시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나는 여유로웠기에 조금 더 넓게 천천히 3시간 정도 걸었다. 마지막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올라가는 부분만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걷기 쉬운 길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롯지도 있어서 쉬어갈 수도 있었다. 나는 소풍 온 기분을 느끼기 위해 미리 먹을거리를 좀 사 갔는데 어느 곳에 앉아도 멋진 풍경이 보이기에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맛없었어도 여기서는 무조건 맛있었을 거다.
들판에는 소, 말, 동키, 알파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며 풀을 먹고 있었다. 소들은 풀을 쉬지도 않고 먹고 있고, 말들은 서서 잘 수 있는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동상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괜찮겠다 싶었지만 아무래도 몸이 다 회복이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그래도 괜히 아쉬워 케이블 운행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내려갔다. 그럼에도 아쉬웠다. 알페 디 시우시는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이 순간이 나중에 그리워할게 뻔한 그런 곳이었다.
시내에서 저녁거리를 간단히 산 후 숙소로 돌아왔다. 빨리 몸이 괜찮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