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3
Ortisei, Bologna
전날 무리를 했던 걸까. 침을 삼키기조차 힘들 만큼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까지 아팠던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행 중이라면 태풍이 오든 몸이 아프든 가고 싶은 곳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렇게 오르티세이에서 어쩌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세차다는 포기했다. 대신 오늘 하룻밤 묶을 도시, 볼로냐에 일찍 가기로 했다.
오르티세이에서 볼로냐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볼차나까지 버스를 타고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걸어가면서 내가 들고 있는 이 짐들이 점점 버거워지는 거다. 도저히 더 걸을 수 없어 중간에 잠시 쉬웠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볼로냐 기차역에 도착해서 티켓을 사려니 너무 비싸 1시간 더 걸리는 완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를 타기 전에 기차역 화장실에 갔는데 돈을 받고 있었다. 나는 가끔 이상한 부분에 꽂히곤 하는데 그 순간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장실은 가야했기 때문에 간단히 밥도 먹을 겸 근처 맥도날드에 가기로 했다. 근데 또 걸어 가는 길이 너무 힘든 거다. 그래서 친구가 가방을 하나 들어줬는데 그게 싫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여행하겠다는 게 나의 (쓸데없는) 신념이어서 그랬을까? 그래서 또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 힘들었던 거 같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기차 안에서의 시간도 너무 힘들었다. 얼마 안 되는 돈 아끼겠다고 완행 기차를 선택한 나를 원망했다. 목이 아프니 기침을 하려는데 눈치가 보이고, 그래서 물을 자주 먹으니 화장실은 가고 싶고, 하지만 기차에는 화장실이 없고. 그렇게 힘든 3시간 반을 보내고 볼로냐에 도착했다. 아침에 몸이 아파 일찍 나오지 못하고, 볼로냐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지 않아 기차 시간까지 기다리고, 기차도 오래 걸리는 걸 타니 저녁 6시에 도착했다. 오늘은 정말 나라는 인간에 정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볼로냐는 미식의 도시라고 한다. 볼로냐 파스타의 그 볼로냐가 이 도시라고. 볼로냐에서 먹는 볼로냐 파스타가 궁금했지만 몸이 빨리 회북하는 게 우선이기에 일단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잠을 잤다. 그리고 내가 쉴 동안 근처 구경을 하고 온 친구가 사 온 볼로냐 파스타를 먹어보았다. 식어서 그랬는지, 아파서 입맛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추천할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