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6
Siena, Panzano
점심 - Osteria degli Svitati
저녁 - Sette Di Vino
숙소 - Agriturismo La Collina
시에나의 두오모는 오픈 시간부터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성당은 지나쳐 가는데 이번에는 안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성당은 겉에서 봤을 때도 화려했는데 내부는 더했다. 빈 곳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모든 부분이 장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유명한 당대 예술가들의 작품도 있었다. 겉은 피렌체의 두오모가, 안은 시에나의 두오모가 더 화려하다던데 피렌체의 두오모의 내부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점심으로는 오일과 약간의 허브, 치즈로 맛을 낸 뇨끼를 먹었다. 항상 크림소스 뇨끼만 먹어봐서 오히려 색다른 맛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는 신선한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던데 딱 그런 요리를 먹은 느낌이었다.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오늘은 흔히 토스카나라고 하면 모두가 생각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발 도르차 지역의 뷰포인트를 돌아다니는 날이다. 시에나를 조금 벗어나니 바로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비록 지금은 잔디가 초록색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황갈색의 들판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오늘도 가다가 서다 걷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뷰포인트는 누군가 잘 가꾸어 놓은 개인 소유의 땅이었다. 그렇다는 건 들어갈 수는 없고 멀리서 봐야 한다는 의미.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풍경을 볼 수 있는 지점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할 수 있고, 이미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어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뷰포인트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을 열심히 찍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어떤 곳에서는 한 팀이 끊임없이 사진을 찍느라 다른 사람들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십여 분 정도 기다리다 포기하고 가려 하니 그제야 길을 비켜주었다. 우리처럼 기다리다 가버린 사람들이 있었는데 배려를 해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운전을 하다 작은 마을이 있어 잠시 들러보았다. 지도에 찾아보니 아씨아노라는 곳이었다. 스판차보다 작았던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어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 보였다. 마을 입구에서 들어가도 되나 고민을 하다가 저 멀리 사람들이 보여 용기 내어 들어가 보았다. 누군가 살고 있는 거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한 건물들이 이어지다 마을 중심부가 나왔는데, 그래도 중심부에는 음식점이 두 개 정도 있었다.
구경하고, 사진 찍고, 다시 운전하고를 반복하니 어느덧 5시가 되었다. 오늘은 농가 숙소를 예약했는데 가성비 있을 거라 예상했던 곳은 그냥 저럼 한 곳이었다. 돈과 질은 비례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왜 숙소를 예약할 때는 항상 잊어버리는지. 그나마 숙소에 도착해서 보았던 일몰이 아름다워서 괜찮았지 마음이 상할 뻔했다. 왜냐면 농가 민박치고 저렴한 곳이었지 평소 내가 선택하는 숙소치고는 비싼 곳이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돈 벌자...!)
저녁은 판자노라는 작은 마을의 타파스 바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손님이 많아서 그랬는지 주인 아저씨의 신경은 곤두서있었고, 계속 무언가가 없다고 소리쳐 약간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맛으로는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여러 메뉴를 시켜봤는데 실수로 시킨 엔초비를 제외하고는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메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페코리노 치즈는 질리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