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5
Panzano, San Gimignano, Siena
점심 - Vinaio di San Gimignano
간식 - Gelateria Dondoli
판자노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크다는 성당도 다른 곳에 비해서 작았다. 심지어 성당 근처에 상점이 하나 없었다. 대신 건물보다 풍경이 볼거리였는데, 마을이 언덕 위에 있다 보니 어디에서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마실거리를 사기 위해 들린 가게에서 포도 수확 시즌에만 만든다는 포도 포카치오를 하나 들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었다.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산 지미나뇨를 구경하고 시에나로 넘어가 하룻밤 자는 일정이다. 그다지 바쁘지 않은 일정이지만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보니 여유롭지는 않았다. 거기다 아직 빌린 차를 운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산 지미나뇨에 가는 길에 모든 차가 나를 앞질러갔다.
토스카나 소도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기대한 몇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판자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유로움'이었는데 산 지미나뇨는 아니었다. 차를 주차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마을 근처에 주차장이 4개나 있었지만 모두 북적여 결국 마을 입구로부터 가장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산 지미나뇨에서 한 건 별로 없다. 광장 근처에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한 샐러드를 먹고, 세계 아이스크림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있는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산책했다.
산 지미나뇨는 에리체와 비슷하게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볼로냐처럼 탑도 많았다던데 흑사병으로 인구수가 줄면서 마을도 쇠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예전 모습이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고, 오늘날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산 지미나뇨에서 시에나로 바로 가기 아쉬워 근처에 있는 작은 와이너리를 들러보았다. 찾아봤을 때는 괜찮을 거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테이스팅 하는 시스템이 안토리니 와이너리처럼 잘 갖추어진 곳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곳을 부담스러워해 나는 잠깐만 구경하고 나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토스카나에 있는 작은 와이너리에서는 시음을 무료로 또는 소액을 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곳에 숙소를 구하고 주변 와이너리를 다 구경하며 시음하고 원하는 와인을 구입하면서 여행을 한다고 한다.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여행의 모습이다.
시에나에서도 주차가 힘들었다. 돈을 내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긴 했지만 숙소비의 반을 주차비로 내기가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숙소 주인이 도시 근처에 있는 무료 주차장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무료라는 건,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단체 관광객도 많이 오는 시에나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건 어려웠다. 다행히 근처를 돌다가 나오는 차 자리에 바로 주차할 수 있었다.
시에나의 첫 느낌은 "붉다…!"였다. 주차장에서 도시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는데 파란 하늘과 붉은 건물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대성당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서 찍은 사진이 오랫동안 내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지금까지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멋있다는 광장을 여러 곳 가보았는데 시에나의 광장도 순위에 들 만큼 정말 멋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벨기에 브리쉘의 그랑플라스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이었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시에나의 광장 역시 붉었다. 특이하게도 경사가 있었는데 그래서 더 넓게 보이는 듯했다. 사람들은 광장을 둘러싼 음식점이나 광장 중간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광장 내에 앉아 있는 곳을 브리쉘의 그랑플라스 말고는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두 곳이 더 비교가 되었다.
저녁으로는 볼로냐에서 산 라자냐와 슈퍼에서 산 수프, 근처 레스토랑에서 산 화이트 라구 파스타를 포장해 숙소에서 먹었다. 라자냐는 평범했고, 파스타는 맛이 없었다. 파스타를 포장하면 면이 너무 익어버려 맛이 없어지는 듯하다.
내일 숙소로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가격 때문에 고민하다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거 얼마 아닌데.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