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7
Panzano, Montepulciano
점심 - L'OSTERIA è aperta
숙소 - Podere Motale Winery
토스카나 지방의 많은 도시들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도시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멋있는 볼거리 중 하나인데 판자노도 그런 도시 중 하나였다. 어두컴컴해 돌아다니기 무서웠던 어제 저녁과 달리 아침에는 활기가 넘쳤다. 있는지도 몰랐던 상점들이 문을 열었고, 길거리에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시간 정도 구경하고 몬테풀치아노로 넘어갔다. 몬테풀치아는 판자노보다 작은 마을이지만 관광객들은 더 많았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나름 큰 광장이 있는데, 여기서 트와일라잇 뉴문을 촬영했다고 한다. 괜히 평소보다 사진을 몇 장 더 찍어보았다.
광장 근처에서 오래된 책을 파는 상점을 발견했다. 트와일라잇이 머릿속에 있어서였을까 상점에서는 전체적으로 왠지 마법 서적을 팔 거 같은 분위기가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된 책의 일부를 낱장으로 판매하고 있는 매대에 모여있었다.
점심으로 간 음식점은 오픈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다양한 요리를 팔았는데 양대창을 이곳 스타일로 만든 음식이 있길래 호기심에 시켜봤다. 기름을 뺀 양대창을 얇게 썰어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요리였다. 그냥 구워도 맛있는 양대창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안타까웠다. 그래도 다른 요리들은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Podere Motale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숙소에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숙소를 가기 위해서는 메인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 길을 올라가야 했다.
체크인 시간을 맞춰 왔더니 아직 다른 사람들이 없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숙소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으면 창문 너머로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 밭이 보였다.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료로 와이너리 투어를 해준다기에 와인 테이스팅도 할 겸 가보았다. 와이너리는 201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해 아직 유명한 와인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테이스팅 결과 내 입맛에 맞는 괜찮은 와인이 한두 개 있었다.
와인을 마시며 투어를 해준 직원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친한 친구보다 여행을 하다 만나는 타인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나눌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신기하다.
해가 지는 시간이 되니 하늘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시던 와인을 급히 정리하고 밖에 나왔다. 나에게 모든 게 완벽한 순간이었다.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공사 중이라 저녁은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연어 타르타르, 감자 수프, 토마토 리조또, 고기에 후식으로 복숭아까지 먹었다. 재료가 좋으니 음식전에서 먹는 음식에 비해서 맛이 떨어지지 않았고, 거기다 맛있는 와인까지 있으니 행복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