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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May 27. 2024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버스 탄 후기

네팔 여행기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카멜 근처 정류장에서 매일 아침 7시에 출발한다. 여행사 직원이 알려준 장소로 가보니 포카라로 가는 버스 몇 십대가 도로를 따라 정차해있었다. 버스 티켓에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의 번호판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 버스 번호판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네팔은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당황했지만 다행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버스 안에 짐을 넣어두고 버스 옆에 있는 가게에서 짜이 한 잔을 마셨다. 오랜만에 마시는 길거리 짜이는 달달하니 맛있었다.


짜이 한 잔 마시고 출발


예약한 버스는 나름 좋은 등급이었다. 그래서 의자가 푹신해 보였는데 실제로 앉으니 푹신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약간 찝찝한 마음이 들어서 푹신하지 않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긴팔과 긴 바지를 입고 와 다행이라 생각했다.


애매한 버스 상태


버스는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카트만두는 분지의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덕을 계속 올라가야 했다. 오르막은 꽤 경사가 있었는데 흙먼지 가득한 도로 옆으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언덕을 넘자마자 구름이 시야를 가렸고, 도로는 위험해졌다. 길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바로 옆에 울타리도 없는 낭떠러지일 줄은 몰랐다. 운전기사님이 잠깐만 한눈을 팔았다가는 바로 떨어질 거 같았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위험하다는 도로를 몇 번 지나봤지만 그 길들도 이 길보다는 안전했다.


도로 자체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계속 덜커덩 거려 책을 읽으려고 해도 버스와 같이 글씨가 덜커덩 거리고, 영화를 보려고 해도 버스와 같이 화면이 덜커덩거렸다.


덜커덩 도로
낭떨어지 옆은 바로 강이다


4시간 정도 왔을까 버스가 갑자기 길가에 정차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멋쩍은 표정으로 승객들에게 설명을 하니 사람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근처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영어를 하지 못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나서 20시간 걸렸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게 나야…?’가 되려나, 두려웠다.


답답한 마음에 버스에서 나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알고 보니 차 사고가 나서 복구 중이었다. 사람이 다쳐 구급차를 기다리는 중인데 워낙 길이 안 좋으니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다행히 구급차는 빨리 왔고 1시간 정도 더 기다렸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포카라 근처로 갈수록 정비된 도로에 집들은 깨끗하고 알록달록했다. 카트만두의 건물들은 매연과 먼지로 뒤덮여 흙색이었는데.



포카라에 도착했을 땐 거의 저녁 7시가 되었있었다. 장차 12시간이 걸린 거다. 여행사 직원이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원래도 안 좋은데 비와 안개로 더 나빠진 도로 상태와 중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해 지체되었던 거 같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방법이 버스만 있는 건 아니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 안 되어 도착한다. 그럼에도 버스를 타기로 결정한 건 2023년 1월에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를 테지만 비행기는 괜히 불안해 버스를 탔는데 좋은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포카라에 왔다. 이제 히말라야 트래킹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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