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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Aug 23. 2022

알고 있는 가장 상냥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남궁인, 이슬아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고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는 7명의 작가님이 7개의 같은 주제로 쓴 글을 엮은 에세이 연작집이다. 주제는 작가님들이 하나씩 정했다던데 그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남궁인 작가님의 ‘언젠가,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였다. 뿌팟퐁커리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작가님들 사이에서 남궁인 작가님의 글은 너무 재미있어 얄밉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 그는 누구인가' 글을 통해 남궁인 작가님은 이슬아, 김혼비 작가님 다음으로 내 마음에 남는 작가님이 되었다.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에 책을 다 읽자마자 강아지와 함께 왕복 1시간을 걸어 남궁인 작가님과 이슬아 작가님이 같이 쓰신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을 빌려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과 앞으로 좋아하게 될 게 분명한 작가님이 같이 쓰신 책이라니. 책을 손에 넣자마자 빨리 읽고 싶어 마음이 근질근질했다.



이 편지를 읽고 선생님이 정랑 절교할까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답장을 주신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더 좋은 우정의 세계에 진입할 것입니다. 그럼 활시위를 당겨보세요. 과녁은 저입니다.

이슬아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두 작가님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문학동네의 총총 시리즈 중 하나이다. 그 시리즈의 첫 시작을 이슬아 작가님이 열게 되셨는데, ‘언젠가,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글을 읽고 상대 작가로 남궁인 작가님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괜히 이슬아 작가님과 글 취향이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편지라는 단어는 괜히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간단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글을 쓰는 수고로움을 감내했다는 게 너무나 비효율적이어서 그렇나 느끼는 거 같다. 나는 추억이 담긴 물건은 잘 못 버리는데 그래서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편지는 산타 할아버지가 그려진 상자 안에 모두 모아두고 있다. 그 상자에는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부터 누구인지 기억 안 나는 친구, 먼 아프리카에 살고 있어 한 번도 보지 못 한 친구, 페레로 로쉐 껍질을 같이 준 친구, 내가 고쳐야 할 점을 5개나 적어준 친구들의 편지가 있다.


어렸을 때는 편지를 종종 썼던 거 같은데 지금은 마음이 넘쳐 흐를 거 같지만 말로는 내 마음을 담을 수 없을 때만 편지를 쓴다. 어떤 말은 내뱉기보단 적었을 때 더 많은 마음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치는 마음을 편지로 담다가는 너무 감성적이게 되어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 밤에 이불을 좀 찰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이슬아 작가님은 남궁인 작가님이 상냥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글로 보아 이슬아 작가님도 한 상냥함 하는 사람이다. 나에게도 이슬아 작가님 같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종종 깊은 질문을 한다. 처음에는 왠지 오글거리기도 해서 답변을 피했는데 이제는 그 질문들이 애정에서 나왔다는 걸 알기에 나도 그 친구에게 내 애정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질문을 한다.


상냥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읽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상냥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어보고 싶다. 물론 새로운 오해는 앞으로도 언제나 생길 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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