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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스케치북 Jan 09. 2022

그녀의 냥이

2021을 보내며..



멀리 광주에 수업하러 갔다.

내가 할 강의는 팝아트 그리기로, 참여자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사진을 내게 보내준다. 

내가 사진과 똑 같이 외곽선을 그려가면 그들은 원하는 색으로 칠하는 시간이다. 색칠하고 꾸미면서 몰입하고 힐링과 함께 성취감을 갖는게 강의 목표이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담당자 정샘은 플래카드를 달고 있다.

강의 셋팅을 하는데.. 그림이 하나 모자란다.

아..이런. 여기는 전라도 광주인데...뛰어 갈 수도 없고. . 앞이 아득해진다.

지금 그리기엔 시간이 모자란다.

'선생님, 다행히  그 그림은 제가 신청한 거에요.' 정샘이 말했다.

'정말요? '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진행하고 사진 찍어야해서 어차피 그릴 시간도 없어요.'

'그래도 너무 죄송해요. 제가 마침 여분으로 꽃그림 가져왔는데 이거라도 드릴까요?'

'네 그럴게요. 예뻐요~'

젊은 그녀는 어른스럽게 나를 안심시켰다.

참여자들이 입장하고 정샘이 오프닝 진행을 했다.

그들은 광주지역에서 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다.

프로그램 의도와 협회의 계획등을 발표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녀에게 반하기 시작했다.  그 순수함, 약간의 어설픔,밑그림 시작하는 백지같은 기대감.

그녀에게서 나와 딸의 모습이 보인는 거 같았다.

그녀만큼 젊을때, 동사무소에서 아주머니들에게 수업을 하는데 점점 목소리가 떨리고 머리 속은 하얘지고. . 내가 뭘했는지도 모르게 수업을 끝냈었다. 

그리고 

그녀 또래의  내 딸래미의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서 저렇게 열심이겠지..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녀가 예뻐지고 있었다.

수십년만에 물감을 만지는 참여자들은 수 없이 질문을 쏟아내며 아이들보다 더 열심이다. 명강사는 시간을 맞춰서 끝내야 하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30분 넘게 오버해버렸다.

예약한 기차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녀는 차 밀릴 시간이니 안전하게 전철을 타는게 좋겠다며 지하철 입구까지 안내하며 배웅해 주었다.


피로감에 꿀잠을 자고 아침부터 그녀의 고양이를 그렸다.

진행중인 그림을 보여주며 받을 주소를 물었봤다.

좋아하는 모습이 글자마다 보인다.

최선을 다해 그리고 반짝이는 코팅을 하고 예쁘게 포장했다.

오랜만에 선물을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할 거 같다. 그녀의 자취방에서 냥이가 빛났으면 좋겠다.




 

그림을 받은 그녀는 많이 좋아했다.

카톡으로 작은 초코렛 케이크를 보내왔다.

서로 싼타가 온 거 같다며 송구영신 인사를 나누었다.

2021년이 따뜻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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