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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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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스케치북 Nov 29. 2022

허당의 쫄깃한 여행

대한민국 긴급여권



"손님은 비행기에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발권하는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에에ㅡ? 왜요?"

"기간 만료예요. 어떡해요ㅠ" 

"그럴 리가.. 어떻게 그럴 수가.."

"손님 잘못이 아니에요.

코로나 3년 동안 여권이 잠자고 있어서 그래요."

직원의 위로에도 아득하다.


긴급여권을 발급받아 내일 출국하라는 안내를 받고 일행이 먼저 가기로 했다.

최소 이박삼일 안주 꺼리라며..

짠하다며..

그들은 출국장으로 아련히 사라져 버렸다. 


새벽 공항에 혼자 남겨진 나는 민원실이 열리기를 세 시간,  여권이 나오기를 한 시간 반 기다리며 지쳐갔다.

"긴급여권은 비자가 필요할 수 있으니 꼭 알아보셔야 해요"

새 여권을 건네며 민원실 직원이 말했다.

이건 또..뭔가..

딸에게 s.o.s를 하니 입국이 안된다는 캡처를 보내왔다.

다시 비행사 직원을 찾아 알아보니 공항마다 다른데, 내가 가는 곳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고 한다.


딸은 새벽에 다시 나올 거를 머하러 집에 가냐며 근처 호텔을 잡아줬다.

7시간 만에 공항을 나와 호텔에 도착해

Q.R코드를 다시 발급하고 방에  누우니 실신 직전이다. 

딸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나는 꾸역꾸역 집으로 갈 뻔했는데..

이것도 여행이라 생각하고 전망 좋은 룸에서 맥주 마시면서 영화 한 편 보고 초저녁에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 공항에 가니 어제 일이 몇 년 전인 듯 아득하다.

무사히 심사대도 통과했다.

일행에게 줄 벌주로 면세점 양주를 한병 사고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데  항공사 직원이 말을 건다.

"저 혹시 어제.."

"네네 맞아요. 저예요."

"아~

드디어 가시네요~다행이에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기뻐해 주었다.

"네네 감사합니다 ~"


나는 갑자기 기분이 마구 좋아졌다.

필리핀 공항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할까 봐 쫄기는 하지만

드디어 여행이 실감 나고 설레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쫄깃한 여행이라니..


선배님이  장기 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한다. 수리남에 가는 거 같다.

친동생 아닌 남(의)동생은 어제 종일 나의 동선을 체크하고 안심시키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안전한 출국이 가능한지 묻는다. 

딸내미는 하루 두 번 이상 톡으로 상황 보고하라고 엄포를 놓고.

먼저 간 리더는 공항으로 마중 나오겠다고 한다. 


다 컸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똑똑한 줄 알았지만 허당 확인이다. 

아니면 관종일까?


"나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누나 덕에 이미 겪었잖아요 ㅋㅋ"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내덕에 54,000원을 절약했음을 아셨음 좋겠다.

긴급여권 발행비 ㅡ 오만 사천 원 ㅠ

어쨌거나 나는 필리핀에 도착하였다.

숙소는 편안하고 해변이 아름답다.


이렇게 쫄깃할 수 없는 여행이 시작되었으니

즐겁게 놀아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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