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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May 29. 2020

물건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No Plastic 라이프 도전기 

No Plastic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Less Plastic 라이프를 실천하고자 노력중인 나는 요즘 물건 고르는 기준이 조금 바뀌었다. 


원래는 '적게, 필요한 만큼만'과 '싸게, 저렴한 것으로' 중 둘다 혹은 그 중 하나였다. 싸고 저렴하게 사다보면 때론 필요한 것 이상의 양을 살 때도 있었고, 적게 필요한 만큼만 사려고 하다보면 더 싼 것을 두고도 비싼 것을 고르는 날도 있었다. 마트를 가서 같은 식재료를 두고 다양한 패키지와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가격이 있을 때 그램 당 가격과 생산지 두 가지는 내가 꼭 습관처럼 따져 보는 기준이었다. 지금도 그 기준으로 마트에서 매의 눈으로 상품들을 빠르게 비교하고 고른다. 그러고 나오면서 '아, 난 합리적인 소비자야.' 하고 만족해 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구매 후 내 손이 많이 안 가게 다듬어진 것'이다. 요리하는 것 자체도 일인데 요리를 위한 재료 준비에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집에 늘 갖춰두고 먹는 기본 채소를 사야할 때 흙까지 그대로 묻어있는 채로 파는 시장에서 살지, 깔끔하게 다듬어져 한두번 물에 슬쩍 세척하기만 하면 되는, 때론 세척까지 미리한 후 포장해 냉장실에 이쁘게 올려놓고 파는 마트를 갈지 고민이 되곤 했다.


기본적으로 보이는 대로 주워담는 간단한 소비자는 아니었지만, 요즘엔 조금 더 복잡하다. '복잡하다'는 건 장 볼 때 내 머리와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도 포함이다. 


일단 채소는 내가 필요한 만큼만 내가 가져간 그물망에 담아 올 수 있는 시장이나 마트 내 무게를 달아 파는 채소들 중에서 고른다. 세척된 채소나 껍질 깐 양파, 깐 마늘 이런 것은 보통 탄탄한 비닐 포장에 쌓여 있어서 이젠 사지 '못'한다. 사지 않는 게 아니고 못 사게 된 건, 내가 이제는 내 불편함보다는 환경을 조금 먼저 생각하게 될 줄 알게 되었다는 얘기다. 한번씩 깐 양파에 유혹되어 내 손이 한 짓을 나도 모르게 슬쩍 고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마트를 돌면서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결국은 계산대 앞에 줄을 섰을 때쯤, 황급히 깐양파 봉지를 꺼내어 들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두고 흙 묻은 껍질 있는 양파를 황급히 그물망에 담아오든지, 망이 모자란 날엔 망에 담아 파는 걸로 바꿔 사 온다. 마트 내를 돌면서 내적인 갈등에 휩싸였다가 마침내 그것을 극복한 나. 


마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속비닐 대신 직접 담아올 가방을 가지고 가서 담아온다.


채소 말고 또 늘 집에 두고 먹는 것 중의 하나가 계란이다. 계란을 고를 때는 늘 신선함이 중요하니까 생산일과 유통기한 확인이 필수고, 같은 크기군의 다양한 계란 중 가격이 조금 싸거나 할인 중인 것을 꼭 10개들이 하나씩만 샀다. 그런데 요즘에는 '하루에 몇 개씩 먹어야 이걸 신선하게 다 먹을 수 있을까' 속으로 계산하면서 30개들이 계란을 통 크게 한 판씩 산다. 이유는 딱 하나다. 10개들이 계란들은 하나같이 투명 플라스틱 안에 들어있고, 30개들이 계란은 종이로 만든 계란곽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조금 좋은 마트에 가면 '좀 다르게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이라는 일반 계란보다 값 나가는 계란들이 6개들이, 10개들이 종이곽에 들어있긴 하다. 그런데 계란을 늘 먹는 우리 집엔 비싼 가격이다. 2명 사는 집에서 30개 계란은 조금 버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계획을 해서 일부는 삶아서 반찬을 하거나 삶은 계란으로 보관을 늘리는 방법을 동원하면 괜찮다. 태국 집 앞 마트에서는 30개짜리 한판을 들고 계산대로 오면, 봉지에 따로 계란을 담아줄지 꼭 묻는다. 그럴 때 무심결에 오케이 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플라스틱 보다는 종이곽에 담긴 계란을 산다.


아침으로 먹을 빵이나 스콘 등을 자주 굽기 때문에 밀가루나 통밀가루도 자주 사는 쇼핑 목록에 있다. 밀가루 종류야 뭐 다르겠냐마는 다양한 회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가루들이 있다. 그램 당 가격을 따지면 어느 것을 사야할지 답이 나온다. 내 기준은 그런데 이것보다도 훨씬 더 간단하다. 비닐 포장이 아닌 종이 포장된 걸 산다. 


밀가루 진열대인데 왼쪽 아래 종이포장된 밀가루로 고른다.


그리고 사지 않는 물품이 하나 생겼다. 바디워시. 늘 쓰고 다양한 향, 예쁜 용기 등으로 바디 워시는 내가 즐기는 소소한 취향 쇼핑 중 하나였다. 용기 디자인이 어찌나 세련된 게 많은지 욕실 인테리어에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내게는 '조금 비싼 플라스틱'으로 보일 뿐이다. 욕실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들에 담긴 다양한 물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필요하고 앞으로 줄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중에서 굳이 안 쓰자고 한다면 바디워시를 안 쓸 수 있을 것 같다. 비누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 오면 사람들이 많이 사 가는 것 중의 하나가 비누인데, 그 중에 '마담행 비누'라고 할머니 얼굴이 그려진 비누가 있다. 기본 비누부터 다양한 향을 넣은 비누까지 다양한데 써 보니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누가 종이곽에 담겨져 추가 비닐 포장 없이 판다. 


지난 글(아래)에 쓴 리필 가게가 동네 곳곳에 생기지 않는 한 이런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몇가지 식품이나 물품에서 나름대로 기준을 바꾸고 썩지 않는 용기를 소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플라스틱을 사 온다. 늘상 사두고 먹는 요거트, 우유(태국 우유들은 패트병에 들었다. 종이곽에 든 것이 없는 것 같다.), 식용 오일, 과자, 커피빈 등.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어느 날 너무 괴롭다. 너무 괴롭다 보면 그만하고 싶다. 그래서 너무 극단적으로 밀어부치지 않기로 했다. 내 행복에 반하는 Less Plastic 라이프라면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행복한 플라스틱 줄이기 라이프를 지향한다.  


한 걸음 더 나가보면,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이 하는 플라스틱 덜(안) 쓰기는 한계가 명백하다. 재활용 및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 기술을 만들고 실용화 하는 기업들이 있어야 하겠고, 더 과감하게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규제하는 전세계적 결심(?) 및 구체적 행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잠깐 빗장을 잠갔듯이, 사람들을 집안에 격리시켰듯이 뭔가 지구를 위해서도 액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환경 문제라는 것이 당장 내 눈앞의 위험으로 보이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되었을 때엔 실로 지구 종말이 눈앞에 있다는 게 아닐까. 환경 문제를 당장의 문제로 여길 현실감과 상상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개인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세계가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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