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취향과 필요를 한 곳에
방콕 다운타운의 BTS(방콕의 지상철) 시암역부터 칫롬역에 이르는 1km 안에 시암 디스커버리, 시암 스퀘어, 시암 파라곤, 센트럴 월드, 센트럴 칫롬, 센트럴 엠버시가 줄지어 있다. 방콕에 직접 와보기까지는, 서울보다 화려한 동남아시아 한나라의 수도를 생각하기는 힘들다. 직접 와 보면 놀라고야 마는, 서울보다도 더 화려한 도시의 밤은 이 쇼핑몰들이 그려낸 그림일 거다. 많은 쇼핑몰 중 센트럴 엠버시(Central Embassy, 옛 영국 대사관 정원 자리에 지어졌다.)가 가진 상대적인 가치는 6층에 자리 잡고 있는 오픈 하우스(Open House)에 있다.
오픈 하우스는 서점을 중심으로 식당, 카페, 코워킹스페이스, 어린이 놀이방 등이 한 공간에 이루어 놓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머물게 한다. 이리저리 싸고 편하게 이용하도록 모아둔 동남아의 푸드 코트를 생각해선 안 된다. 편안하게 머물면서 다양한 취향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영리하게 디자인된 이 공간은 예술이나 라이프스타일 서적에 집중하고 싶은 성인이나 편하게 책을 고르고 보고 싶은 어린이,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싶은 사람, 간단한 커피나 디저트를 먹고 싶은 사람, 그러다가 노트북을 꺼내 업무도 보고 싶은 사람, 이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킨다.
일상이든 여행이든 혼자서 하는 일정이 아니라면 각자가 가진 취향도 다르고 동시간에 서로가 바라는 필요도 다르다. 오픈 하우스에선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오픈 하우스 공간 중 캐주얼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Eating Deck(이딩 데크)라고 부르는데(실제로 이 공간에 가면 이런 공간의 명칭이 크게 의미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직관적으로 보고 이용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요즘 레스토랑들이 지향하는 방식과 많이 다르다. 보통 식당들은 1인 1 메뉴 주문을 당부하고, 외부에서 가지고 온 음식이나 음료를 그 공간에서는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오픈 하우스에선 이 원칙이 깨진다.
오픈하우스에 있는 9개의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주문하고, Eating Deck의 어느 자리에서든 먹을 수 있다. 음식 주문과 결제는 해당 레스토랑에서 하고, 자리는 원하는 곳에 자리 잡는다. 음식이 준비되면 직접 가서 가져오거나 레스토랑의 직원이 서빙해 준다.
다양한 예술 디자인, 여행, 요리 및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서적이 전시되어 있는 고급 서점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는 느낌이다. Book Station, Book Tower, Book Wall, Art Tower 등 책과 아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을 보다가 태국의 미식을 즐긴다. (물론 먹으며 책을 자유롭게 보려면, 책 구매는 필수다. 서점은 도서관이 아니다.)
한편에는 아이들의 놀이터인 Open Playground도 있다. 오픈 하우스에서 400바트(약 15,000원)를 지출했다면 아이 한 명이 한 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책을 보다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게 아이의 취향 아닌가. 이곳에선 아이의 취향도 존중받는다.
여행 중에도 한 번씩 개인 프로젝트나 업무에 집중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때 식당이나 카페에서 분위기를 해치며 노트북을 켜고 싶지 않다면, 오픈 하우스의 안쪽 코너에 마련된 코워킹 공간인 Co-Thinking Space- The Green House (더 그린 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3시간에 200바트(약 7,500원)이고 추가 시 시간당 40바트(약 1,500원)이라서 부담이 없다. 올데이사용권은 350바트(약 13,000원, 오전 10시~오후 10시)이다.
도쿄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인했다는 이 공간은 탁 트인 공간감 속에서 우드 계열의 가구로 편안함을, 다양한 서적으로 채워진 럭셔리함과 모두의 취향을 고려한 따뜻함이 있다. 화려함 안에서 누구든 즐길 수 있게 합심하고 배려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합심해서 이곳에 온 모두를 만족스럽게 하겠다는 노력이 이 공간에서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공간이 주는 '환대' 아닐까. 그리고 그런 환대를 받은 손님들은 그에 맞는 매너를 보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