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이모

by 담쟁이

보고 싶은 우리 엄마를 닮은 사람, 내가 모르는 엄마의 모습까지도 잘 아는 사람이자 엄마를 평생 잊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건 좋기도 하고 가끔 신기하기도 한데, 엄마와 너무 닮았는데도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고유하고 특별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엄마를 더없이 그립게 만든다.

엄마의 언니들을 보면 우리 엄마의 나이 든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몸에서 났는데 왜 가운데 낀 우리 엄마만 그렇게 젊을 때 데려가셨을까 하고 억울한 생각도 든다.

긴 암투병과 재발을 거쳤던 넷째 이모가 생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한국을 방문했었던 해, 우리 집에 폐 끼친다고 굳이 반지하 방을 하나 구해서 지내시면서 서울 시내 대학병원들을 돌아다니셨다. 결국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서는, 수술하려고 가져온 돈을 전부 우리 엄마에게 주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셨더란 말은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뒤에 들었고, 그때 엄마랑 이모가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더란 말은 엄마가 떠난 뒤에 아빠로부터 들었다. 아마도 넷째 이모와 우리 엄마가 그렇게나 친했었기 때문에 2년 차를 두고 나란히 하늘로 갔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에 해 봤다.

그 인생을 통해 성숙한 인격과 신앙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신 넷째 이모, 늘 가족의 중심이 되어 조카들까지 살피는 첫째 이모, 우리 엄마 아빠 다음으로 나를 챙겨주는 미나 이모까지, 세상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친밀함과 안도감을 외가 식구들을 통해 느끼며 살아왔지만, 엄마라는 끈이 끊어진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질감과, 이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는 관계의 틀어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이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어서라기 보다, 내 마음과 생각, 어쩌면 태도가 달라져서일 것이다.

엄마가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을 차곡차곡 살고 있는 내게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이고 매일매일이 새 날이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서 느끼는 그 새로움은 대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게 참 모든 걸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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