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장점: 내 뚜렷한 장점은 뚜렷한 단점으로 돌아왔다

by 담쟁이


어제 독서모임에서 각자 자신의 뚜렷한 장점을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 고민했지만 내 대답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명확하지 않을 때는 좋은 질문을 많이 해 보면서 분명하게 한다’였다.

내 뚜렷한 장점은 만 24시간 만에 뚜렷한 단점으로 돌아와서는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나 자신에게 손가락 하나, 뇌의 작은 부분 하나 내어주지 말라’ 라며 나를 버티게 했다.

그래도 어차피 해야 하니까 애써서 여러 방향으로 질문 해 가며 싫지만은 않은 이유를 찾았는데 결국 실패하고 너무 싫은 기분으로 꾸역꾸역 마쳤다. 하기 싫은 일은 끝마쳐도 여전히 싫은 기분이다. 하기 싫어서 싫은 게 아니라 싫어서 하기 싫다는 데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끔은 질문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부럽다. 하지만 질문 없이 일하는 것 역시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것이니까 나는 오늘도 그냥 싫어하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좋은 점은 없을지 덧없이 열심히 물었다. 묻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니까 싫은 일 중에도 좋은 일을 하긴 했다. 어린 왕자의 주정뱅이 아저씨처럼 질문이 뱅글뱅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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