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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Nov 27. 2020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내가 믿는 구석은

내가 누구인지, 나다운 게 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쇼핑백들 더미 속에서 낯선 무지 에코백을 발견했다. 위에 찍힌 숫자가 내 첫 직장 마지막 출근일이라는 걸 기억해 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start라는 단어를 선물했던 동료의 마음과, 애증과 미련이 뒤섞인 마음으로 울며불며 떠났던 내 마음이 생각났다. 하필 이때 잊었던 이 물건이 나타난 건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의미 없게 느껴지는 일을 아주 능숙하게 하는 것보다는 서툴게 의미를 찾아가는 게 좋다. 싸워야 할 것을 위해 싸우고 노력해야만 할 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에너지가 적은 사람은 아니지만 허투루 쓰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추운 벌판일 거라고 경고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내가 과거에 어떤 두려움으로 나아갔었는지 알지 못한다. 내 기질이 얼마나 용감한 리스크 테이커인지를 상상도 못 한다. 내게 중요한 게 안정이 아니라 당위라는 것을 전혀 이해 못 한다. 내가 아닌 사람들이 내 품성부터 흥미와 미래까지 묻지 않은 이야기를 앞다퉈해주고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 나다운 게 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래서 인생의 결정적 장면마다 그래 왔듯 나는 내 의지로 선택할 것이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믿는다. 완전함과는 거리가 먼 내가 늘 아주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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