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세상에서 흔치 않은 멋진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 되게 기쁘다
몇 년 만에 만난 인생 첫 입사동기는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느냐'는 내 질문에 ‘그냥 큰 욕심 안 부리고, 아내가 해 준 김치찌개 먹고, 평온하게 잘 자고, 뭐 만들고, 내 손으로 가꾸고…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거’라고 대답했다.
자주 살갑게 연락하고 지내지는 않지만 십 년째 단톡방으로 묶여있는 동기 여덟 명의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들을 때가 있다. 친환경과 자급자족에 가까운 삶을 사는 이, 수도권 교외에 네 가족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집을 자기 손으로 지은 이, 남편의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독립 출판사를 차린 이, 모습은 달라도 저마다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언제나 비슷한 결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들을 처음 만난 이후 십여 년간 여러 사람을 새로 알고 관계 맺으면서 알았다. 이들이 가진 결을 일컫는 말은 좋으면 '대단하다', '독특하다', 부정적인 뜻을 조금 담으면 '유난스럽다' 또는 '불편하다'라는 걸.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이들이 아니었더라면, 나 역시 사람들의 흔한 표현대로 말하고 또 느끼는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맙게도 이들이 십 년 전 내 삶에 끼어들어와 준 덕에, 지금의 나는 내가 타고난 것보다 조금은 그들의 결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와 이렇게 말했다.
“십 년 전에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거든요. 소박한 데서 기뻐하고 무해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근데 십 년 지나고 보니 그런 사람 잘 없어요. 그때는 주변에 다 그런 사람들이라서 세상이 다 그럴 줄 알았거든. 근데 보면 우리 동기들은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어. 다 참 희한하고, 그래서 귀한 사람들인 거 같아요.”
멋진 사람들 아니면 내가 다 걸러내서 그렇겠지만 내 주변엔 세상에서 흔치 않은 멋진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 되게 기쁘다. 오늘도 또 기쁨을 느꼈다. 내가 쌓아 온 작은 경험들이 소중했음을 이렇게 문득 깨달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인생 정말 계속 살아볼 만하다. 인생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