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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늘 회색

by 담쟁이

연중 무미건조한 여의도마저 성탄과 연말의 분위기로 한껏 들뜬 이때, 내가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서 땅으로 꺼져 숨졌다는 50대 공사장 인부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휴가 빼면 연말까지 꼭 나흘 남은 출근일과 그 기한 안에 해내야 하는 일을 꼽아가며 어제 사람이 죽었다는 길 위를 밟고 지나갔다. 슬프지 못해 죄스러운 발걸음이다. 성탄의 기쁨도, 아름다운 장식도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다. 불빛은 반짝여도 여의도는 늘 회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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