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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배웅을 할 때 끝에 끝에 끝까지 바라보는 법을 그에게서 배웠다

by 담쟁이

둘이서 만났다가 헤어질 때면 그는 항상 '택시 타고 같이 가다가 내가 내리고 나면 그 차로 집까지 가'라고 권한다. 언제나처럼 나는 "괜찮아. 지하철이 좋아."라고 말하며 계단을 내려갈 게 뻔한데, 알면서도 늘 잊지 않고 마음 써주는 그 다정함이 너무 좋으니까, 그 소리 좀 그만하라는 말은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배웅을 할 때 끝에 끝에 끝까지 바라보는 법을 그에게서 배웠다. 빠르게 총총 사라지지 않고 천천히 걷는데도 돌아보면 여전히 날 지켜보고 있고, '설마 아직도일까' 싶을 때쯤 다시 돌아봐도 어김없이 눈 맞추며 손 흔들어주는 그와의 헤어짐이 매번 너무 좋아서, 나는 일부러 내 평소 걸음걸이의 두 배는 느리게 걷고 세 배는 더 많이 돌아본다.


만남도 따뜻하지만 헤어질 때 더 따뜻한 사람. 어쩌면 만남보다 더 기다려지는 건 뒷모습을 바라봐주는 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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