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장래희망

by 담쟁이

옛날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어른이 되는 것을 동경했던 적은 없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에도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 못 하는 일은 없다고 여겼고, 당장 어른이 된다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생기거나 멋지고 훌륭한 문제 해결 능력을 저절로 얻을 리가 없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나는 꽤 어릴 적부터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바랐던 점이 있다면 장래희망을 가진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에 매년 채워 넣어야 했던 장래희망은 직업이란 말과 동의어였지만, 그 단답형 문항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내 잠재력과 가능성을 묻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물어 봐 주지 않아도 내가 품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상상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쳐 사라지고,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이 없고 되고 싶은 것이 없어진 순간이 두렵다면 두려웠다. 그래서 내게 장래희망이란 늘 필요한 것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에 머물러 있든지, 지금보다 나은 상황으로 끊임없이 눈을 돌리고 도전하는 것을 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직업적 장래희망은 결국 이뤄지지 않은 꿈으로 남았지만, 그때 가졌던 대부분의 소소한 호기심과 계획들은 지금도 차근히 이뤄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가보지 못한 세계를 꾸준히 여행하는 거라든지,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보고, 내가 열중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할 장래희망 또한 가지고 있다. '사과하는 어른'과 '귀여운 할머니'가 바로 그것이다. 할머니가 되려면 아직 좀 시간이 있긴 하지만 노력이 오랠수록 연마되는 바, 지금부터 귀여움을 놓치지 않고 더욱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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