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온도차

by 담쟁이

땀에 푹 절은 출근길을 분명히 지나왔으면서도 천장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사무실 냉기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다 보면 한여름 폭염은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아득해진다. 추위에 몸이 으슬으슬 해 질 때쯤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움직이면 유리문을 열기가 무섭게 후욱하고 더운 공기가 안겨들어온다. 그제야 다시 현실세계와 만나는 내 살갗과 몸뚱아리.


“아, 습식 사우나도 아니고......”


너무나도 극명한 온도차로 인지시켜 줄 때 까지는 알아차릴 도리가 없는 현실이 있다. 그건 내가 어리석어서도 아니고, 누가 나빠서도 아니고, 그저 인간이 어디에나 잘 적응하는 동물인 까닭이고, 인간종 중에서도 나라는 개체가 괴로움을 잘 잊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발달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내 인생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온도차와 맞닥뜨리는 일이 흔하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속내를 내가 꼭 ‘수사’ 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 내게, 서운함을 쌓아왔던 지인의 고백은 언제나 당황스러웠고, 기억도 안 나는 일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들의 표현은 거의 폭탄 같았다. 자잘한 온도차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편하게 사는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괴로운 일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질을 바꿔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냐고 누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당연하지, 극단적인 온도차를 느끼는 것이 괴롭다고 이 폭염 속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시원하다 못해 몸이 얼 지경일 때 습식 사우나 같은 여름 날씨와 만나면 오히려 포근하기까지 한 법이다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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