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단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 Feb 06. 2023

변화

일어난 변화와 일어날 변화, 원하는 변화를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

매일 출퇴길에 지하철을 타면 도착역에 내리기까지 다섯 개의 환승역을 지난다. 경쾌한 국악 시그널과 함께 나오는 환승역 안내 멘트를 최소 하루에 열 번이나 듣는다는 말이다.


익숙한 음악이 갑자기 낯설게 바뀌어서 검색해 보니 지하철 1-8호선 환승음악이 바뀌었다고 한다. 몇 해 전 어느 방송에서 소개해 주어 그 음악의 제목이 <얼씨구야> 임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하철 시그널로 사용한 지 14년이나 되었단다. 14년! 지하철을 일상으로 탔던 나의 20-30대 절반 이상의 세월을 그 음악과 함께한 셈이니 국민 선호도 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새 음악 <풍년>이 아직 조금 어색하게 들리는 건 당연하겠지. 그러고 보니 지하철에 처음 환승음악이 도입되었을 때 어색하고 새로웠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는 듯도 하다.


그런데 지난 몇 주간 나를 놀라게 한 점은 이 얘기를 꺼냈을 때 ‘지하철 음악이 바뀌었어?’라든가 ‘그렇구나, 뭐가 바뀌긴 한 거 같았는데!‘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중 대부분이 나와 같이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에겐 지하철에서 나오는 음악보다 중요한 게 많아서일까? 변화를 알아차리는 레이더가 내게 더욱 발달한 까닭일까? 잘 모르겠지만 변화에 기민한 사람이 주변에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와 일어날 변화, 원하는 변화를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큰 변화든 작은 변화든, 지하철 환승 음악만큼 소소한 변화라 하더라도.


참고로 실내 마스크 착용 기준이 바뀐 2월 1일을 기해서 교통카드를 찍으면 나오는 멘트도 ’ 마스크를 써 주세요’에서 ‘열차 내 마스크를 써 주세요’로 바뀌었다. 환승 음악보다 훨씬 더 작은 이 변화를 바로 알아챈 사람이 만난다면 바로 친구를 맺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