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스티븐스, 2016>를 보고
애정의 대상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숱한 질문을 쏟아내는 것은 나만이 가진 습관은 아닐 것이다.
쉬운 예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지금 뭐 하는지' '밥은 먹었는지'와 같은-것을 물어보는 건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현재는 물론이고 그 사람이 지나 온 과거와 앞으로의 계획들까지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또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의 가장 솔직하고 숨길 수 없는 외현(外現)이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애정이 사라졌을 때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상대에 대한 궁금증 혹은 질문이라는 뜻이다.
언젠가 '아무리 해도 약불로만 타는 것 같은 네 마음에 맞추다가 강불이었던 내 마음이 꺼졌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그에 관한 질문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친구를 만난다고 하면 어떤 친구인지 묻지 않았고, 학생이었던 그가 졸업 후에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지도 ‘부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어본 적이 없다. 그가 특징과도 같았던 검은색 뿔테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기 시작했던 날, '나는 너 안경 쓴 게 더 좋던데'라는 말을 한마디 한 것 외에 그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내가 줄곧 봐 오던 그와는 너무 다른 모습의, 안경을 쓰지 않은 낯선 인상의 그가 내게 저 위의 말을 건네며 이별을 고했다.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어진다는 것은 언제나 그 관계가 끝나는 신호였다. 그러니까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계속 있어주는 것만 해도 꽤 괜찮은 삶일 것이다. 하지만 요새 나는 궁금증이 생겨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점점 더 어렵다고 느끼고, 그래서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궁금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 좀 더 목마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