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고급 협업 스킬
Chat GPT, Claude 같은 생성형 AI가 나 같은 기술맹의 일상에 파고든 지도 근 1년이 넘었다. 처음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이런저런 질문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활용 팁을 보고 따라 하며 소소하게 일상과 업무에 활용해보기도 했는데 마침 사무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라는 무료강좌가 열린다고 해서 얼른 신청해 보았다.
단순히 기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목적을 잘 달성할지를 배워야 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백번 공감하며,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에 감탄하기보다 실제 내 업무를 도와주는 단 한 가지 활용법을 익혀가겠다는 각오로 교육에 임했다.
AI 활용 수준에 단계가 있다면 단순한 일을 빠르게 하는 것이 초급 단계, 여기서 좀 더 발전해 지금 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중급 단계, 그리고 내가 못하던 작업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이 고급 단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강좌에서는 고급 단계 활용을 위한 글쓰기 설계 프롬프팅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실제 강의 내용을 조금 발췌해 보자면, 초급단계에서의 프롬프트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예상독자를 생각하며 쓰라는 내용을 주제로 한 단락의 글을 써주세요"라고 할 때, 중급 단계는 "당신은 글쓰기 전문가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예상독자를 생각하며 쓰라는 내용을 주제로 글을 작성할 때 필요한 목차를 만들어주세요" 정도가 될 것이다. 고급 단계에서는 일련의 프롬프팅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데, 나 같은 문과 맞춤형으로 설명하면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처럼 정답(=핵심 결과물)을 얻기까지 상대방(AI)의 답변을 얻을 때마다 몇 번이고 다른 각도의 질문을 해 가며 답변을 예리하게 다듬는 방식이다.
고급 단계로 AI를 활용하여 위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몇 단계의 프롬프팅을 거쳤다.
1. 제시한 글쓰기 주제에 적합한 전문가 5명 추천받기
2. 추천받은 전문가 중 한 명을 골라 이 사람이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할 때의 작업 순서 물어보기
3. 답변받은 작업 순서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선별하고 각각의 가중치와 그 이유 물어보기
4. 선별된 중요 요소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 보고, 핵심 메시지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더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질문해 달라고 역질문하기
5. 받은 질문에 대해 답변
6. 답변으로 받은 '핵심 메시지'에 대해 피드백하기 (필요하다면 반복)
7. 앞에서 말한 전문가가 되어 '핵심 메시지'를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인지 묻고, 만점이 아니라면 1점을 올리기 위해 어떻게 수정하고 싶은지 질문하기 (필요하다면 반복)
이미 많은 사람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발견해 일상과 업무에 활용하고 있을 터라 위 내용이 단 한 가지의 정답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강의는 내게 그간 내가 가졌던 Chat GPT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편견의 내용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대략 이렇다. '역시 AI는 아직 인간한테 안돼. 질문에 대해 바로 답을 내어놓긴 하는데 바로 활용할 수 있을만한 깊이를 갖기에는 역부족이야'. 그러나 이는 내가 생성형 AI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장 효과적인 질문을 뽑아낼 수 없었던 까닭이다.
사람과 같이 일하는 법도 AI를 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함께 일하는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며 사고의 체계와 동기부여 되는 상황은 어떤지 상세히 알 수록 상대방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고 반대로 엉뚱한 출력이 나오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날고 기는 실력자라 할지라도 내가 대충 던진 질문에 찰떡같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리 없다. 내 의도는 나만 알고 내 방식은 나에게만 맞춰진 방식이기 때문이다. 무려 7단계 하고도 그 이상을 묻고 답해야 하는 고급 프롬프팅 설계처럼, 상대방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고급 협업 스킬은 내가 훈련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그 목적을 위해 한 번 애써 보지도 않았으면서 누군가를 빠르게 결론짓고 평가하는 사람은 어쩌면 생성형 AI가 어디까지 똑똑할 수 있는지 맛도 보지 못한 채 ‘아직은 부족한 기술’로 한계 지어 버리는 사람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AI보다 훨씬 나은 나 자신에게 효능감을 느끼며 이것저것 잘 해낼 수도 있겠지만, 나보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유능한 파트너 덕을 보는 경험은 영영 못할 테니까. 그건 너무 아쉬우니까, 나는 당장은 좀 삽질하는 것 같더라도 시간을 들여 프롬프트를 갈고닦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