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한학번 선배의 부고를 전해 들었다. 본인상이라 했다. 학교 다닐 때 딱히 개인적인 친분이랄 건 없었지만 과학생회장을 했던지라 우리 학번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는 선배인데도 동기 단톡방에 올라온 갑작스러운 소식에 반응을 하는 사람은 몇몇 뿐이었다. 그 반응의 강도와 빈소를 찾아가는 순서대로 학창 시절 친분의 정도를 다시 줄 세울 수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메시지를 읽고서도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십 년이 훌쩍 넘은 대학시절 기억 속 아주 작은 부분으로 남아있는 사람의 부고는 어제 뉴스 속 굶어 죽은 지 석 달만에 발견되었다는 새터민 출신 모자의 소식보다도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실낱같은 연결고리가 못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다들 그런 나와 비슷한 심경 이리라 생각했다.
부친의 간을 이식받았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는 선배의 사인도, 삼십대로 접어들면서 몸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많아지는 우리 또래들 사정과 아주 멀지 않게 느껴지기에 더욱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식을 듣자마자 조문을 간 동기가 몇 시간 뒤 짤막한 메시지로 빈소를 안내했고 그렇게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멀지 않은 동문 병원에 차려졌다는 빈소에 찾아가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생각을 접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도 가져 본 적이 없는 그와 나의 깊은 유대가 죽음을 계기로 생긴다는 것은 피차 어색한 일이니까. 그리고 상복을 입은 사람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조문이 얼마나 말로 다할 수 없는 참담함을 주는지 경험해 본 적이 있기에 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지난 삶의 궤적이 남은 자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다. 모든 죽음은 산 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고, 그것은 삶이 주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믿기에, 오늘은 그의 빈소를 찾는 대신에 그의 죽음이 내 삶에 주는 메시지를 가만히 묵상하고, 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시간을 꼭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