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년여만에 함께 여행을 떠나 온 친구와 종일 일정을 같이 하던 중 어느 순간 묘한 긴장감이 흐를 때 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할 마지막 여행이라는 걸. 친구가 싫어졌다든가 싸우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메이트라고 느꼈던 그 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당연한 기대와 요구들을 참기 어렵다. 나를 ‘잘 맞춰주는 편’이라고 평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나를 그렇게 대할 가능성은 더 높다. 하지만 내 모든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 사람이라고 해서 그를 향한 말 없는 배려를 일순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그건 어떤 호의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나 자신이 생각하는 당연함이니까.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당연함이 서로를 서운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접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는 당연함을 포기하기보다 그 사람을 포기하고 같은 상황을 두 번 다시 만들지 않는 게 또 다른 나의 당연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