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반이 훌쩍 넘는 동안 엄마는 한 번도 내 꿈에 나타난 적이 없다. 딸도 아닌 사람들 꿈에는 종종 보이는가 보던데 아무리 바라도 나한테는 와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엄마가 천국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누군가의 꿈속으로 휴가 나올 짬이 되지 않은 까닭이겠지 하고 농담 반으로 생각했는데, 군대로 치면 두 번 전역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일이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엄마는 아직 생생하지만 잊힌 기억은 뭘 잊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 테니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어떤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영상 몇 가지 외에는 더 이상 움직이는 엄마 모습에 업데이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무엇인지 확 와 닿으며 동시에 서운함이 몰려온다.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이모와 드문드문 주고받았던 카톡 메시지를 이 밤중에 훑어보면서 엄마 이야기를 하던 대목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나누었던 역시 존재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 기록을 보고 있는 나만이 유일하게 존재해 있다는 자각에 눈물이 팍 터졌다. 그리움도, 슬픔도, 그렇다고 외로움도 아닌 이상한 감정이었다.
마음속에 살아있다 이런 말은 따뜻하고 좋지만 물리적인 존재가 살아 움직이며 오늘 보지 못한 모습을 내일 보여주는 것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바보 같지만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닌 모습이라도 이 지구 상 어딘가에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나를 전혀 기억 못 하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어도 상관없다. 다만 건강하고 밥 잘 먹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