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깎아내리거나 공격하지 않으면서 웃게 하는 점이 일인자인 유재석이 대중에게 널리, 그리고 오래 사랑받는 이유라는 설명에 크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비슷하다면 비슷한 이유로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질문 형태로 물으면서 빈정대는 화법을 가장 싫어한다. 대놓고 공격적인 직설화법으로 누군가에게 준 상처는 똑같은 직설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빈정거림은 맞받아칠수록 서로의 감정만 더 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빵 터지는 재치가 되기도 하고, 여럿이 모인 상황에서는 인기를 얻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즐겨 쓰는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최소한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불쾌한 화법일 수 있다는 것을 헤아리고 언제든 사과할 준비는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 손쓸 수 없는 조합은 말투는 꼬였고 직면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직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지 못하는 MBTI 유형의 감정형 (F) 성향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을 그 행위 당사자에 대한 비난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그게 자신에게 오는 지적일 경우에 무조건적인 방어태세를 취하고 자기의 기분 나쁜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걸 보고서야 공평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주 쓰는 대화 패턴은 “너도 ㅇㅇ 했잖아.(그러면서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다른 사람의 잘못일 때는 행동 하나를 보고 사람을 미워하거나 인연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정의로운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방어적인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언제나 자기에게 큰 손해다.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는 건 훨씬 더 편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고 , 수많은 관계 속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들을 매일의 스트레스 속에서 보호하는 방법 또한 그것뿐이다. 모든 꼬인 문제는 진실과 의도를 숨기지 않는 투명한 대화로 해결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말투가 밴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가장 독이 되는 습관이다.
사람은 원래 싫다가 좋다가 하는 거고 싫은 점 49라도 좋은 점 51이라면 옆에 두는 것이니까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입과 귀가 배배 꼬였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내 쪽에서 인연을 끊고자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거울삼아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점은 누군가 나한테 ‘너 잘못했어’ ‘그 행동은 불편해’라고 말했을 때 ‘ㅅㅂ 너는 뭐 잘났냐’가 아니라 ‘아 그랬구나 미안. 내가 뭘 고치면 될까’라고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
사람마다 중요한 게 다 다르겠지만 내가 인생에서 가장 노력하고 싶은 부분은 적어도 이런 것이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내가 맺는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점에 있어 완성형은 아니더라도 노력형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