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발견

by 담쟁이

차마 아무에게도 말은 못 했었지만 첫 모임 때 ‘나와는 너무 결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낯가림과 실망감 뒤섞여있던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두움으로 보였다는 걸 3주 차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모임 끝에 다른 멤버로부터 ‘그때보다 훨씬 밝아 보이고, 말하는 걸 들어보니 생각이 참 건강해서 달리 보였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하이퍼텐션이라서 감당이 안된다는 말을 듣는 나는 아무래도 크클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는 길에 피식 웃다가, 요 며칠 사람에 대해 느낀 어색함인지 불편함인지 모를 묘한 감정을 떠올린다.

단지 그 사람 안에 있는 반짝반짝한 것들을 발견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던 거겠지. 얇은 흙먼지 후후 불어내면 이내 감춰진 예쁜 것들이 드러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지표에 맨틀에 외핵 지나야 닿을 수 있는 그 내핵이 가장 예쁜 점이고, 그래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닿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이제 알겠다. 아니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인정하기 어려웠던 사실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내가 한 말들에 감동했다 라고까지 소감을 밝혀주신 한분은 ‘반짝거리는 사람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것과 그런 사람들을 참을 수 없어서 꼭 다른 사람 칭찬을 한다’라고도 하셨다. 사실 나는 그 말에 더 감동했는데 칭찬에 대한 답례로 비칠까 싶어 내게로 오는 말 까지만 받고 대화를 끝내버렸다.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기엔 이렇게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니까 똑바로 볼 수나 있는 것이겠지.

대하기 어렵겠다고 결론지을 뻔했던 이들에게도 적어도 몇 번의 기회는 더 줘야겠다. 사실은 섣부르게 판단하느라 다 놓쳐버릴 뻔 한 나에게 주는 기회지만. 역시 사람에 대한 판단은 느리면 느릴 수록 좋다. 안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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