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조건반사

by 담쟁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화법을 구사하고, 살면서 익힌 기술로 어느 정도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독 뭐라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말이 있다면 그건 '뭔 소리야'다.

뭔 소리야. 분명히 내 말을 잘 못 들어서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하는 문장은 아니다. 이 짧은 네 글자의 말에서 나는 '조금 전 네가 한 말은 틀렸고 그보다 일반적인 생각이 여기에 있다'라는, 뭔가 보여주기 일보직전의 결의를 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그건 내 생각과는 다른데'와 같은 직접적인 반대를 하지 않는 건 '네 말은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을 할 가치조차 없는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다'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그야말로 솔직하지 못하고, 싸우지도 않고 이기려는 욕심의 말이 아닌가.

그래서 뭔 소리야는 맥락에 관계없이 언제나 자동적인 불쾌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깊이 파 보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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