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by 담쟁이

기승전결 중에서는 기(起)가 좋다. 에너지 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전에 예상치 못한 맥락에서 올라오는 기(氣)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 의외성이 주는 설렘과 기쁨이 사실은 제일 좋고 사실 거기서 더 좋은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게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인생의 진리. 하지만 인간은 결국 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잔병이 없다는 게 두 번째 진리.

일단 관심 가는 게 생기면 그게 물건이든 연예인이든 눈빛과 태도부터 달라지는 이 신기한 생물종을 통칭하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세상만사 다 통달한 척 하기에는 이토록 솔직하고 당당한 마음 앞에서 내가 특별히 더 잘난 점도, 노련한 점도 없기에 애써 그렇게 이름 붙이지 않았다.

다만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한 진심을 다해야지. 양으로나 음으로나 오버하지 말고. 서로 안전한 거리 내에서.

언젠가부터 이런 일련의 과정마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직까지는 이런 상황과 마음을 즐길 여유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인간의 회복탄력성이란 대체 어디까지인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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