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회복실의 작가

이런 식으로 제목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by 해차

오늘 이른 오후에 수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에는 '회복실'의 작가가 정말로 "회복실에 누워있습니다."


저는 올해 아무래도 얻어 사는 삶인 것 같습니다.

올해 벌써 두 번째 병원 신세입니다. 이 글을 당신이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저는 정말로 회복실에(책 이름을 따라서 회복하려 했지. 정말로 회복실에 들어가는 일은 바라지 않았는데 말이죠.) 누워 마취가 깨길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견열골절'이라고 하더군요. 인대가 파열되면서 손가락 뼈의 일부를 끌고 내려와, 인대와 뼈가 모두 손상을 입은 골절을 말합니다. 평소에 손목과 발목의 인대가 늘어나는 경험은 자주 해보았기에 다친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어오르는 통증부위와 왼손가락들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며 바로 병원에 가보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사실, 처음 방문한 정형외과에서 바로 수술을 권유하시길래 믿음이 썩 들지 않아. 다른 병원도 내원했었습니다. 결국 같은 진단명과 수술권유를 받았고, 현재 입원해 있는 상태로 병원 침대에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아, 어떻게 작성 중이냐고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제가 펜슬로 패드에 글씨를 쓰면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해 줍니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쓸 수 있네요.)


이번에 부상을 입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걱정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욕부터 하며 놀려대는 친구들이 제일 많더군요... 제가 인복이 넘쳐흐르나 봅니다. 가짜 친구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 첫 번째 병원은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닙니다. 이번 입원은 아무래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지 않습니다.

병원에 올해로 두 번째 신세를 지다 보니 올해 초 병동에 있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습관처럼 죽음을 염원하고 있었습니다. 혹은 엄청나게 심각한 불치병에 걸려서 자연사를 하길 원하거나, 퇴원하는 길까지도 사고사를 바랐습니다. (모순적일 수 있지만 지금이라고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입원해 있는 제 모습은 어딘가 좀 다르면서도 닮았습니다. 능동적으로 노력하면서까지 살 의지는 없는 몸뚱이인 건지. 이 정도 다쳤는데 고통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수술 후에는 고통스러워할 것이라고는 예상합니다.. 수동적인 삶의 연장은 아닌데 애매합니다. 아직 제 감정조차 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제가 작가 행세를 하고 있네요. :)


잘 회복하고 여전히 글을 쓰러 곧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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