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넋두리

메모장 속 이야기

by 해차

나는 물가에 살겠어.

그게 어떠한 물가이든

다분한 단점들을 감수하고 잔잔한 물가에 살겠어.

그게 강일지라도

그게 바다일지라도

그게 너라는 유일한 물가일지라도

기꺼이 빠져 살겠어


지난해 빈 메모장에 처음으로 적어내렸던 작은 마음이었다. 입으로 담기에는 오글거린다 생각했고, 마음으로만 담아내어 홀로 보관하기에는 너무 큰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내 것을 모두 내어줄 수 있는가. 결혼이라는 건 그런 느낌을 받은 대상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여렸던게지.


내 모든 것을 내어주는 행위는, 온전히 내 것이라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일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스스로 자신을 모두 담아내지도 못했으면서 겁 없이 타인의 모든 것을 담으려 했다. 일어날 일들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비어있는 내 마음의 그릇에 오롯이 타인을 담으려 했다. 무엇이든 내 그릇보다 큰 일이라면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결국 넘쳐흐르는 것일 테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도망치듯 많은 사람과의 연을 맺어왔고, 안식처를 찾아 헤매어 왔다. 나를 보듬어줄 사람을 찾고 또 찾았다. 지나와 생각해 보면 보듬어줄 사람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 외로움을 어르고 달래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마련한 것뿐이지 영원한 내 마음의 자리를 찾는 과정은 아니었다. 하여 그렇게 맺어온 인연들은 모두 흘러갔다. 스쳐가고, 잊혔다.


내가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과 영원을 약속하길 고대한다.


도망치듯이 당신에게 숨어든게 아니라,

도망치듯 살다 보니 어느덧 당신에게 닿았다.


내가 찾던 임시거처가 아니라, 평생을 나의 거처가 되어주어 나를 찾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지켜보며, 다정하고 따듯한 인내를 보여주던 사람이 당신이었다고. 나와 무슨 일이든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그리고 언제나 나도 당신에게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그런 말을 건네면 잔잔한 미소를 띠며 당연하지라고 말을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을 할 때, 제출을 했었는지 아니면 제출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했었던 것인지. 가물가물 하여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메모장 속 오래된 글입니다. 약 1년 전쯤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 돌아와 보니 사람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크게 받은 모양입니다. 묵혀 두었던 글을 굳이 밖으로 꺼내 들고 온 이유는, 제가 요즘 색다른 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질이 있다고도 말하지 못합니다. 제가 가장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제 글을 세상에 내 보이는 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그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크게 관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처받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기대치를 내려놓는 거 랄까요..? 조금 웃기지만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인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한걸음 나아간 회복기를 이렇게 기록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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