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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해치 Jul 27. 2018

Fullstack artist

말도 안돼는 말이죠

요즘 베네딕트 컴버베치가 편지를 읽어주는 동영상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2번 정도? 

목소리도 좋지만 편지를 읽어 나가는 운율이랄까 리듬감이 마치 음악을 듣는 것 같아요. (링크: https://youtu.be/VnSMIgsPj5M)


편지는 솔 르위트(Sol LeWitt)라는 미국의 유명한 미니멀리즘 미술가가 슬럼프에 빠진 조각가 에바 헤세(Eva Hesse)에게 쓴 것입니다. 축약에 축약을 하자면 스스로 탓하지 말고, 남들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우선 뭐든 작업을 하라는 것입니다. 작가들끼리는 이럴 때 '손을 가볍게 해라'라고도 하는데요, 생각이 많아지면 손이 무거워져서 그림을 못그린다는 말입니다. 


편지의 하일라이트는 이거죠. 

Let everything go to hell. You're not responsible for the world. You are only responsible for your work. So, just do it.
: 다 꺼지라그래. 니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없어. 네가 신경써야 할 건 오직 니가 뭘 하고 싶은지 뿐이야. 그러니까 그냥 제발 좀 일단 해. (의역)


 저는 저 편지가 '너만의 오리지날리티 Originality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기성의 규칙보다 오롯이 너만의 것을 생각하란 거죠. 


 저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Python, SQL이나 DB구조를 공부하고 Visual design이나 CSS 작업을 가끔 하기도 합니다. (정말 마지못해,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제가 직접 합니다. 전 잘 못하거든요. 아마 요즘 대학생분들이 저보다 훨씬 잘하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듭니다.)

 몇년 전 부터 'Fullstack designer, Fullstack developer'가 트랜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요즘의 JD:Job descriptions에선 '풀스택 디자이너 모십니다'같은 표현은 사라져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선 저 Full이란 단어가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Fullstack 머머머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되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되겠어'라고 마음 먹어도 아마 못할 것 같아요. 저의 전공은 UX design인데, 이것만 잘 하기에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해서 피곤한데 어떻게 개발까지 배워서 구현하겠어요? 어느 개발자는 'Front level만 하는건 금방해요'라고 하는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놈 #자기일아니라고)


 아마 에바 헤세가 슬럼프에 빠진 이유도 어쩌면  Fullstack artist가 되기를 강요받아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카데믹한 조각 기술을 보여주면서,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거기다가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고뇌, 비판의식도 빼먹으면 안되고 게다가 대중성도 생각해야하는 Fullstack artist를 말이죠. 


참 힘들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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