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함께 익어간다 I
이제는 거울을 보는 것도, 머리를 빗는 것도 싫어졌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나날이 얇아지고 사라져 가는 머리카락은
찬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마음을 시리게 한다.
얼굴을 이리로 저리로 위로 아래로 당겨보고,
볼 풍선을 불어 통통하게 만들어 보아도
처져가는 얼굴과 깊어지는 주름은 올라가지도
지워지지도 않는다.
흰머리라도 숱이라도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 머리숱이 많은 쪽으로 휑한 정수리를 가려보지만
점점 넓어지는 가르마와 가라앉는 볼륨은
아무리 애써도 감춰지지 않는다.
거울 속에 비친 추레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면
남 앞에 나서기가 망설여지고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내가 대머리가 돼도 같이 살아줄 거지?”
뜬금없는 내 말에 남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네가 대머리 되면, 내 머리도 다 뽑아 버릴게!”
부부가 둘 다 대머리가 되어
영감, 마누라 하며 사는 모습을 그려보니
너무 웃기기도 하고 한편 슬프기도 하다.
"정말? 나는 자기 머리가 대머리가 되어도 내 머리는 절대 뽑을 수 없어"
못을 "쾅"하고 박아두면서 서글픈 마음에도 번져 나오는 실없는 미소는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위로일까?
남들로부터 두 사람이 남매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
처음부터 닮았었는지 같이 살아오면서 서로를 닮아왔는지 모르겠지만
통통하고 둥글둥글한 인상과 눈웃음 짓는 모습이 닮기도 한 것 같다.
유전자가 비슷한가? 그래서 둘 다 탈모인가?
그래도 나만 탈모가 아니길 다행이라 해야 하나?
동병상련이라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으니?
머리가 비면 어떠랴.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이 있어 감사하고 다행이다.
부부는 서로의 못난 모습, 미운 모습까지 품어주며
아플 때 보듬고, 힘들 때 손 내밀고 처진 어깨를 세워 주며
인생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이다.
서로의 모자람은 채워주고 넘침은 덜어내 주고 모난 곳 다듬어 주며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