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 해외여행 떠나는 날,
인천국제공항 v2.0

중국 베이징 여행 첫째날

by 해달 haedal


오후 비행기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부엉이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출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일상에 파격이다. 해외여행은 김포공항 대신 인천 국제공항을 이용하니 공항의 규모도 다르고 이동 거리도 달라서 더 설렌다. 설렘에 비례해 해외여행은 시간, 비용, 준비도 많이 필요하다.


여행 장소와 날짜를 정하면 직장 다닐 경우엔 휴가를 내고,

여권사진 규격에 맞춘 사진을 준비하여 신분증인 여권( 패스포트 passport )을 만들고,

다른 집에 가더라도 물어보고 가야 하는데 하물며 국경이 있는 다른 나라임에야 - 비자면제 국가가 아니라면 방문할 국가의 입국 허가증( 비자 VISA )을 받고,

일정과 여행지 그리고 비용에 맞추어 비행기표와 숙소를 물색해서 일찌감치 예약해둔다.


여행사를 통해 몇 가지 절차를 대행하면 편하고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알아보고 직접 진행하는 것도 즐겁다. 성수기와 주말을 피하면 비행기와 숙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여행지에서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어 서로 좋다.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해외여행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두 달 남았네, 한 달 후면 OO에 있을 때네...

혹은 두 주 한 주, 이틀 하루...

생활에 탄력을 준다.



출발 당일


오전 비행기라면

전날 모든 준비를 다 해두고 긴장을 품고 잠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움직이며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생략하고는 곧장 짐을 싣고 차에 오른다.


크리스마스 시즌 지상파 단골 방영 영화 <나홀로 집에>는 이른 오전 출발 비행기의 부산스러움을 잘 보여준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전자 알람이 울리지 않고 아이가 많은 특수한 경우를 설정한 것이지만, 부엉이나 올빼미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오전 비행기는 긴장을 유발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으니... 언제 봐도 귀엽고 흥겨운, 집에 혼자 남은 맥컬리 컬킨의 몸단장 씬과그 배경곡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첫 해외여행엔 오후 비행기가 좋은 것 같다.

느지막이 일어나 빵 한 조각에 커피를 마시고 짐을 챙겨

차를 몰고서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3층 공항 여객 터미널 입구에 내려 주차 대행을 의뢰하고

수레를 하나 가져와 짐을 옮긴 후 - 공항 수레는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터미널 출입구로 들어가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



공항과 비행기는 현대 테크놀로지의 첨단을 보여준다.

유선형 비행기에 어울리도록 공항도 둥근 곡선 모티브를 많이 사용해서 마음에 든다.




이를테면 왼쪽 가로등의 곡선, 오른쪽 통로 천정의 곡면과 커브가 그렇고, 도로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항 건물 형태도 전반적으로 곡선 형태. 에어로드랍 스타일의 구형 아반떼도 공항과 잘 어울린다.


밤에는 조명을 받아 공항 건물의 둥근 형태가 더 잘 보인다.



이렇게. (이듬해 중국 상하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저녁 인천공항을 촬영한 사진이다.)


크게 보면 공항과 주변 시설은 넘실대는 바다 같다.

간간이 코가 뭉툭한 크고 작은 비행기 돌고래들이 헤엄쳐 다닌다.

사람과 차가 오가고 수레같이 작은 조개들이 가까운 거리를 돌돌 굴러다닌다.



공항 내부


공항에 들어서면,

시야에 펼쳐지는 시원함.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P1010177.JPG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보기 힘든 높은 유리 수직 창. 현대적 공법의 대담함.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극복해가며 하나하나 만들어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


중국의 자금성이나 로마의 콜로세움 등... 거대한 구조물이 선사하는 시원함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듯하다. 자연이나 신이 아닌,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터클. 해외여행의 즐거움에 공항이라는 공간을 들고 싶다. 크고, 정갈하고, 쾌적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적 풍경이 신선하다.


넓은 공간감과 철골 구조가 드러나는 높은 천장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도 번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높은 유리벽으로 풍부하게 들어오는 자연광에 눈이 편안하다. 2층 4층으로 에스컬레이터들이 양방향으로 쉼 없이 이동하고 말쑥한 차림의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공항 패션'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항은 특별한 공간이다.


공항이 일터가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담을 안은 업무차 출장도 아닌, 온전히 유람과 휴식을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다 보니 나에게 공항은 신나고 설레는 장소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새롭다. 새롭거나 귀한 것은 흔하지 않은 데서도 오니, 해외여행의 횟수가 적은 것도 괜찮겠다.



탑승 수속과 탑승


탑승권 발급(Check-in)과 수하물 위탁(Baggage Drop)


호텔이 그러하듯, 비행기도 한동안 머물다 떠나는 공간 이어선지 비행기도 체크인을 한다. 호텔 예약을 하고서 호텔 카운터에서 방 배정을 받고 열쇠나 출입 키를 받듯이 비행기도 예약을 하고서 공항 도착 후 각 항공사별 카운터에서 좌석 배정을 받고 탑승권을 받는다.


차례를 기다려 예약해둔 항공권의 좌석배정을 받고 탑승권(보딩패스 boarding pass)을 받는다. 짐(수하물)을 비행기에 들고 탈 것인지, 부칠 것인지(수하물 위탁/탁송)를 결정한다. 항공사 카운터 직원 바로 옆 컨베이어 벨트에 가방을 떨어뜨려 놓는 것이니 baggage drop.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표현.

첫 번째 줄 서기와 관문 통과.


탑승권을 받으면 여권과 같이 보관해서 언제든 꺼낼 수 있게 손에 잘 닿는 곳에 두고서, 출국 심사 이전에 공항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처리한다. 먼저 핸드폰 해외 로밍 서비스를 신청하고(요즘은 스마트폰이 위치를 인식해서 자동으로 해준다), 미리 해두지 않았으면 환전을 한다.


동행한 K는 2G 통신망에 폴더폰을 쓰고 있고, 나는 3G 망에 구글 레퍼런스폰을 사용하고 있다. late adaptors. K는 해외 로밍을 신청해서 해외에서도 통화와 문자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나는 데이터 해외 로밍 차단 서비스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새로운 도구와 어휘들이 늘어나 이전의 어휘 사용은 조금씩 줄어든다.


출국장으로 이동. 출국심사표를 작성한 후 보안 검색과 출국심사를 받는다.


보안 검색대

차례차례 검색대를 통과한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짐가방 안에 든 필름들이 X-ray로 인해 문제 생길까 봐 항상 신경이 쓰이던 곳이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삑삑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느라 공항 직원과 당황한 승객이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연출하는 가벼운 수색 장면을 어쩌다 보게 된다. 무표정한 정적을 깨어줘서 반갑다. 휴대금지 목록을 읽는 재미도 있다. 전 세계가 테러 대상이 되어가고 있어 긴장이 점점 더 고조될 공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줄 서기와 관문 통과.


출국 심사

출국 심사대에서 여권과 방문할 국가로부터 받은 입국 허가증(비자 VISA), 탑승권을 보여준다.

여권과 탑승권을 돌려받으면 완료.

세 번째 줄 서기와 관문 통과.


이상의 세 번의 줄 서기와 관문 통과는 컴퓨터와 장비가 대신해 줘서 줄 서기를 줄일 수 있다. 너무 바쁘지 않다면 그리고 다리가 튼튼하면 공항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멀뚱멀뚱 사람 얼굴 보며 줄 서는 것도 나름 괜찮다.

비행기라는 큰 기계에 완전히 의존해서 한참 가야 하니 기계를 계속 보는 것보다 사람 얼굴을 보는 게 정서에 더 좋을 것 같다.


(면세점 쇼핑과) 비행기 탑승

면세점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분위기가 화려해진다. 잘 만들어진 멋진 사물들이 유혹하는 곳.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향수, 화장품, 술, 가방, 지갑, 시계... 장인들이 만든 기라성 같은 물품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런 물건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그저 편리한 간이 가게에 불과.


탑승 게이트 번호를 확인하여 최대한 근처로 이동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탑승구 가까운 면세점에서 쇼핑. 탑승구가 탑승을 위한 별도의 건물인 탑승동일 경우에는 셔틀 트레인(shuttle tarin)을 타고 이동해야 하니 세 걔의 관문을 다 통과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한다. 잠시 열려있던 탑승 게이트가 닫히면 비행기는 떠난다. 그래서 최대한 탑승구 가까이 가 있는 게 안전.


탑승동 이동을 위해서는 셔틀 트레인이 운행되고 있고 탑승구로 이동하는 긴 통로에는 중간중간 무빙 벨트가 놓여있다. 긴 통로는 평소에 잘 걷지 않는 사람에겐 보행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장시간 비행기 안에서 앉아있어야 하니 이때 걸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창 밖을 보면 일상에서는 하늘 높이 작게 보이던 비행기가 크게 보인다.

무빙 벨트에 올라 큰 창으로 이륙 준비 중인 비행기를 보면서 스르륵 수평이동.


비행기...!

외국 가는 비행기...!


돌고래같이 코가 뭉툭한 녀석들. 무거운 녀석들이 참 잘도 난다. 기특하고 신기하다.

비행기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대견할까. 자신의 창작품. 예술. 공항 설계자처럼. 옛날 그리스에서 예술은 테크네라고 불리었는데 배 건조술, 의술 등이 포함되었다. 공항 설계와 시공, 비행기 설계와 시공도 예술이라 하고 싶다.




탑승구에서 가장 가까운 의자에서 여유 있게 기다린다. 긴장과 여유 사이.




게이트가 열리면 수레를 떠나보낸 후 짐을 들고서 게이트 입구 직원에게 탑승권을 보여주고 입구로 들어간다.

네 번째 줄 서기와 관문 통과.


이렇게 해서 총 네 번의 길고 짧은 줄 서기와 관문 통과가 끝났다. 탑승 '수속'이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여객 터미널에서 탑승구로, 탑승구에서 비행기로의 공항 내 상당한 공간 이동도 동반된다.


탑승구와 비행기 출입문을 이어주는 통로를 지나니 승무원들이 친절한 미소로 반겨준다. 저렇게도 단정하고 친절한 모습이라니... 이제껏 사무적인 표정의 공항 직원들을 보다 화사하게 웃어주는 비행기 승무원의 얼굴을 보니 반갑고 고맙다.


지금껏 쌓였던 긴장이 누그러진다.






첫 여행떠나는 날 7000.JPG



https://youtu.be/5qrQqeuc61Y






공항 & 비행기 관련


1. 첫 해외여행 떠나는 날, 인천국제공항

2. 공항 단상

3. 비행기, 이륙, 기내식





브런치 첫 해외여행 8000.JPG


환경문제에 관심이 커져 이런 저런 책을 읽다 보니

비행기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글을 여러 군데에서 보게 되었어요.

1년 내내 자동차 운전을 절제하고 여타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더라도

한번의 장거리 비행으로 그 모든 노력에 해당하는 노력이 무색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기와 공항의 테크놀로지 스펙타클에 매료되지만

꼭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세 번 탈 것 두 번 타고

두 번 탈 것 한 번 타고

일 년에 한 번 탈 것 이 년에 한 번 타는 식으로 횟수를 점차 줄이고,

되도록이면 철도나 선박을 이용하고,

장거리 여행보다는 보다 가까운 여행지를 선택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렇기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 꼭 통일이 되어야 겠어요, 그래야 철도로 유럽에도 갈 수 있을테니까요.


다행인지 지금 실업 상태라 장거리 비행 여행을 할 경제적 여력도 없으니

경제적으로 빠듯한 것이 지구와 인류를 위해선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네요.


좀더 상술하자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 단지 여행을 위해서라면)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경험이 없거나

어쩌다 비행기를 타거나

혹여 비행기를 타더라도 먼 대륙이 아닌 가까운 지역 가는 사람이 훌륭한 세계시민이네요. :-)


우와, 지구와 세계시민의 대기 건강에 기여하는 경제적 여유 크게 없는 무직자!


부익부빈익빈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 사다리올라가기에 골몰하기보다

부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정치(가장 손쉬운 것은 투표! 시민제안 등... 민주주의 잘 사용하기)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이왕 경제적 여유 없는 참에 실천 쉽지 않던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체득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

그래서 쉬크한 지구수호자가 되어야 겠어요.


그러다보면, 내 손으로 사회를 잘 만들다보면, 통일도 되어서 한달간 철도로 유럽여행해도 먹고사는데 아무 지장없는 날 오겠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