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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같은 궁 이화원

頥和園

by 해달 haedal



베이징 여행 3일째,

이화원에 갔다.




긴 장대로 단순한 모양의 나룻배를 젓는 모습은 그대로 수묵화.

오른쪽으로 이 호수를 만들면서 판 흙으로 쌓았다는 산이 보인다.





곤명호(쿤밍호昆明湖)라는 이 넓디 넓은 호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중국인들의 스케일이 놀랍기만 하다.





인공 호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다.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곳은

강남의 경치를 좋아하던 건륭제가 북경 근처에서는 강남과 같은 분위기를 접할 수 없어

인공적으로 강남과 같은 분위기를 내도록 만든 별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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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벽을 뚫고 이중창의 유리로 막은 후 그 유리창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각 유리창은 여러가지 형태를 띠는데, 그려져있는 그림 또한 다양하다.


바위, 난, 꽃 등 동양화, 수묵화를 유리 위에서 본다. 양쪽으로 다 그려져 있어 벽 안에서도 밖에서도 볼 수 있고, 호수의 풍광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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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안쪽에서 호수쪽으로 바깥의 풍광도 볼 수 있고,

유리창 자체의 조형성과 유리창의 평면적인 그림도 감상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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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회랑 천정의 그림과 함께 벽과 복도가 그대로 미술관.



회랑 왼쪽 호수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긴 회랑을 따라 천정에 그려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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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 오른쪽으로는 인공적으로 만든 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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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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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진 녹음 그늘이 곳곳에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나무 가지 사이로 호수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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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

올라가 보니...






탁 트인 호수 전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언덕을 올라와

큰 나무의 녹음 아래에서

혹은 툭 트인 담벼락 앞에서 저 멀리 펼쳐진 곤명호를 바라보면 시원하다.

여름 별장이라 불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원한 호수 풍경을 뒤로 하고 뒷쪽으로 내려가면

육중한 건물들이 시야를 막아선다.



숨이 막힐 정도로 견고한 요새처럼 느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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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편

간간이 보게 되는 이런 태평하고 느긋한 분위기...

중국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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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창을 장식하는 것을 가는 곳 마다 본다.

이런 석벽도(역광으로 세부가 어둠에 뭍혔는데) 꽃 잎, 혹은 풀 잎 네 조각으로 격자 모양으로 꾸몄다.

그 틈으로 작은 덩쿨식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등 고대나 중세의 유물을 보면

한반도에서도 조선시대 이전에는 화려하고 정교한 문화가 꽃피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자신을 멋지게 장식하고픈 욕구는

필요에 따라 균형을 취하고자 자제하거나 혹은 스스로 그런 취미가 없을 수는 있어도

외부적인 힘에 의해 억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억압이 바람직하지도 않는데,

장식이나 스타일에는 각자의 개성이 깃들기 때문이다.


한 제국의 황제도 언젠가 갔던 강남의 스타일이 그리워서

자신이 거하는 수도 북경에 비슷하게 재현해서 두고두고 즐겼고

그것이 이화원 만수산 뒤쪽에 있는 소주(蘇州) 거리이다.



엽문, 동방불패, 취권, 소호강호, 황비홍, 패왕별희 ...

홍콩 무협 영화와 중국 옛 시대 배경의 영화가 생각나 즐거웠다.


만화나 중국, 홍콩 영화 등의 영향으로

마치 어릴 적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느꼈다.

묘한 행복감에 설레며 이리기웃 저리기웃.


한 식당에 들어가 중국 짜장면을 시켰는데...

한국 짜장면이 몹시 그리웠다.



글과 사진 Copyright(c) by soom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