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골목이 아트 스투디오
은각사를 둘러본 후
철학자의 길이라 불리는 곳을 잠시 걸었다.
철학자의 길
그 길 근처에 있던 한 카페.
주인이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상당한 솜씨를 자랑하는 이 그림에는
한국적 미감과는 달리 매우 화려하게 꽃과 고목이 강조되어 있었다.
철학자의 길이 주었던 소박한 인상을 보완하듯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펼쳤던 한 철학자의 사유의 풍성함을 내보여주듯,
거리 바깥에서도 볼 수 있게 그림이 걸려있었다.
아직 이 카페가,
그리고 이 그림이 걸려있는지 궁금하다.
그림 하나가 주위를 얼마나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교토 골목길
부근 집들.
독특한 무늬의 문이 눈에 띄었다.
유리창의 패턴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벽과도 잘 어울린다.
미술관도 아니고
디자인 하우스도 아니다.
일반 집에서 이런 감각을 내보인다.
일본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가 미술관이나 디자인 스투디오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다섯 잎의 꽃 모양 환기구.
게다가 미니 지붕까지...
화강암같은 밑단 위에 세로 나무 벽.
지붕은 나무벽과도 어울린다.
나무벽은 현대 건축에서 쓰이곤 하는
자연스럽게 녹이 슬도록 하는 철제 벽의 톤 다운된 붉은 색만큼 멋스럽다.
일본 여행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새로 지은 랜드마크나 화려한 곳보다
골목 골목 숨어있는 바로 이런 디테일.
화려한 랜드마크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도 높아, 서울에만도 여러 곳.
랜드마크는 다른 더 높고 더 화려한 랜드마크에 의해 잠식된다.
양적인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디테일이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장소나 건물은
그 자체 개성을 가지고 있어
볼 때마다 새롭고
시간이 지날 수록 풍부해지는 것 같다.
겨울,
늦은 오후의 옅고 긴 그림자가 길에 드리운다.
낡은 공간이 정갈하면
익숙함과 새로움의 느낌을 같이 준다.
교토 택시
오늘은 오사카로 돌아가지 않고
교토 인근 비와호(琵琶湖) 호반온센 지역 한 전통 료칸에서 묵기로 했다.
교토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일본에서 택시를 타면
이렇게 장갑을 낀 기사님을 볼 수 있다.
흰 국화, 빨간 앵두, 앙증맞은 푸른 화병.
이 기사분의 꽃꽂이 감각.
빨간 방석 위의 도자기 고양이는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시계를 보니 다섯 시가 다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