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후에 있을 우연을 마주쳤다
첫날 석식.
상 위에서 음식을 데워주는 작은 풍로는
약간 뭉툭한 느낌이 일본 고대 야요이 토기 느낌이 나는데
언제 봐도 참 마음에 든다.
맑은 장국에 얇게 구워낸 노란 계란.
야마나까는 칠기 공예가 유명하다는데
가이세키 요리 그릇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천욕을 하고 오면
저녁 상이 물러나고 폭신한 이부자리가 깔려있다.
한국과 달리 온돌문화가 아닌 다다미는 바닥의 냉기가 올라오기에
일본 이부자리는 두텁고 폭신. 온기가 아침까지 유지된다.
푹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가볍게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오면
이부자리는 걷히고
이렇게 아침상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소박한 조식을 먹고
인근 지역 명소를 순회하는 캔 버스 Can Bus를 탔다.
몇 가지 코스가 있는데 산 코스를 선택했다.
산 코스에는 큰 신사, 공예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CAN
BUS
라고, 버스 통로 끝 저 앞 창 앞에 보인다.
캔 버스를 타는 정거장 표지일 듯.
의식하고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현장감을 기록하곤 하던, 그리고 대중교통의 세부에 관심이 있던 당시의 나를 고려해볼 때
무엇보다 지금 글을 쓰면서 발견한 걸 보면
바르트가 말하듯이 거기에 있어서 같이 찍힌 것일 것 같다.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눈이 왔다.
야마나까는 카가 온천향 네 온천지역 중 하쿠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가장 큰 온천지역으로
캔 버스는 야마시로라는 온천지역을 지나갔다.
노렌과 일본의 다양한 글씨체의 간판을 좋아해서
이 고풍스러운 건물을 캔 버스에서 창밖을 보고 촬영했다.
이듬해 이 곳에 묵게 되었고,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진을 보고 료칸을 정한 것도 아니었고
히라가나는 읽을 줄도 몰랐고, 지금도 겨우 읽는다 - 아직 가다가나는 몇 글자밖에 못 읽는다.
더구나 내가 료칸을 정한 것도 아니었다.
가끔 놀라운 우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임을
창밖 풍경으로도 알 수 있다.
아타미에서 도쿄로 갈 때는 비가 오고 날이 흐려
기차 안에서 운치 있는 오전을 보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는 버스 안에서
눈 오는 일본, 설국(雪國)을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