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의 집 조로쿠엔:
눈 쌓인 정원과 목조 저택

藏六園

by 해달 haedal


오후 서너 시 경 비행기.

료칸에서 체크 아웃하고 나와 가가 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전 날 돌았던 캔버스 산 코스 대신

오늘은 바다 코스 중 두 곳을 택시로 가볍게 다녀왔다.


일본어를 잘 못하지만 캔 버스 지도를 보고 대략의 거리와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해 지명을 얘기하면

관광명소이다 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캔 버스는 JR가가 온천역 앞(JR Kaga Onsen Station)에서 출발한다.

바다 코스 중 20, 22번째 정류장에 해당하는 곳을 다녀왔다.


20 Kitamaebune Ship Owner Residence - Zorokuen

기타마에 선주 저택 조로쿠엔(北前船主屋敷 藏六園)

22 Hashitate Fishing Port

하시다테 어항(橋立漁港)





하시다테는 카가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선주들의 저택이 늘어서 있는 지역이다.

옛날에는 험난한 파도를 헤치며 오사카와 홋카이도를 잇는 선박업으로 큰 부를 일궈내어

일본 제일의 부호마을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키타마에부네'라고 불린 배의 선주들이 48명 살았다고 하는데 번의 재정을 책임졌다고.





키타마에부네 선주 저택 조로쿠엔


gomatz122.JPG
gomatz090.JPG
gomatz092.JPG




gomatz099.JPG


천정 등이 옛스럽다.

건물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려는 세심한 노력.




일본화, 장벽화 등이 보존되어 있다.

후대에도 이어지는 이런 디테일과 정성 때문에 일본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상당한 규모의 다도회를 열 수 있을 크기의 저택.





차경(借景), 바깥 경치를 안으로 들여온다.

정원을 관조하기 위한 방석이 마련되어 있다.


큰 영화관 스크린 같이 펼쳐지는 정원.

이 시대의, 일본식 영화관.


해가 지면 가이세키 요리를 먹고

노와 같은 연극을 보고

사미센 연주를 들었었겠다.


그리고서 직접 출항을 나가기도,

선원들을 격려하기도 했겠다.


추워서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웠지만

따뜻한 옷을 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 설경을

이 저택의 주인은 돌을 좋아해서

전국에서 돌을 수집해 이 정원을 꾸몄다고 한다.


안쪽에는 일본 전통 실내 화로 이로리가 있지만

불을 많이 때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서늘하다.



gomatz102.JPG


도코노마.

사람이 살지 않는 문화재여서 그런지 꽃은 없고 일본 수묵화 족자만 걸려 있다.

료칸에는 꽃이나 인형이 함께 놓여있었다.


일본 다도를 완성한 센노 리큐가 정립한 다실은 다다미 2평 반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작은 건지 이 다다미를 보며 실감한다.



gomatz100.JPG


방과 방 사이를 가로질러 칸막이 역할을 해주는 문에 그려진 장벽화.

은은하게 금칠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재력을 짐작하게 한다.



gomatz120.JPG


창호지 문은 은은한 빛이 좋고

유리창은 바람을 막아주면서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어 좋다.




작은 뒷 정원에도

규모에 어울리는 작은 나무를 심어두었다.



gomatz091.JPG


나무 절구통, 등나무 흔들의자, 오래된 문서...

순간 옛날 영화 장면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gomatz108.JPG



유리창은 철도 등과 함께 근대의 산물.

전통적인 창호지문 대신 유리창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집의 주인이 경제적으로 풍족했다는 걸 뜻한다.


하시다테 항의 선주들이 해상운송업으로 큰 부를 일궜다는 것을

선주의 저택 유리창이 말해주는 것 같다.


차경, 정원의 경치를 집 안에서 관조하길 즐겼으니

일본에서 유리창은 큰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규모가 큰 유리공예전시관이 여러 곳에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래 보인다.



gomatz129.JPG


설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온천이 있고 훈훈한 료칸이나 역, 가게 외에 문화재는 전반적으로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 추우므로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거나

봄, 가을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목조 가옥이니 화재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할 듯.

그래서 난방을 많이 하지 않는 건지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려고 외관은 배 갑판으로 덮여있다고 한다.

이런 거친 지역인데도,

바닷가 선주, 바다 사나이의 집에서도 다도와 차경, 정원을 관조하는 문화는 흐르고 있었다.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를 타고 해안가로 갔다.



캔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