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정원 겐로쿠엔

by 해달 haedal


가나자와 성에서 길을 건너오면

겐로쿠엔(けんろくえん 兼六園, 겸육원).



좌관식 정원과 회유식 정원


정원에 여러 형식이 있고 그중엔

한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좌관식 정원과

몸을 움직여 유람하며 바라보는 회유식 정원이 있는데

겐로쿠엔은 회유식 정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물을 끌어들이거나 땅을 파 연못을 만들고,

땅을 판 흙을 쌓아 언덕이나 산을 만들고( 중국의 이화원이 생각난다.)

나무를 심어 축산, 임천, 회유식 정원이라고도 한다고.


돌이켜 보니, 교토

배를 띄울 수 있을 만큼 큰 연못이 있는금각사 정원이 회유식 정원이라면,

모래와 돌로 이루어져 있던 은각사 정원은 관조를 위한 좌관식 정원인 것 같다.




유키 쓰리와 코토지 등롱



겐로쿠엔은

나뭇가지 위 적설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새끼줄로 원추형으로 묶는 유키 쓰리,

그리고 대나무를 잘라 엎어놓은 듯한 돌다리 곁의 코토지 등롱(燈籠 조명기구)이 이 정원의 상징처럼 보였다.



가야금의 현을 받치는 다리 같은 형태라고 해서

'코토지' 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코토지를 찾아보니

ことじ [琴柱] : (거문고의) 안족(雁足), 기러기

이라고 나온다.




정원과 여섯 가지 요소



유키 쓰리, 다리, 코토지 등롱이 어울려

다채로우면서도 통일감을 잃지 않는 듯.



겐로쿠엔은 兼六園, 겸육원.

여섯 가지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정원과 6이라는 숫자는

관련이 있는데 여섯 가지 조경적 요소를 말한다고 한다.


도쿄 다바타 역 근처에도

리쿠기엔, 육의원(六義園 りくぎえん)이라는 정원이 있었다.


송대 시인 이격비(李格非)의 낙양명원기(洛陽名園記)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는데

그 여섯 미적 성격을 나타내는 개념, 어휘를 보면 서로 대비를 이룬다.


굉대 宏大 こうだい 코다이 (들판처럼 ) 넓고 큼

유수 幽邃 ゆうすい 유스이 (산 속 같은) 깊숙함


인력 人力 しんりょく 신료쿠 心力 인간의 힘, 정신력

창고 蒼古 そうこ 소코 고색창연함


수천 水泉 すいせん 스이센 연못이나 폭포

조망 眺望 ちょうぼう 쵸보우 멀리 내다보는 경치


넓고 크면, 그윽하고 깊숙함이 적고

사람 손이 많이 닿으면, 묵은 자연의 정취가 부족하고

폭포나 연못이 많으면 멀리 조망하기가 어렵다는 서술.


겐로쿠엔, 겸육원은

서로 배타적인 여섯 가지 조경의 요소를 모두 겸비했다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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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맑다.

상당한 기술력으로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끌어올린 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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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등이 단아하고 귀엽다.

일본의 큰 건축이나 정원에서 보이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걷혀 있다.


리쿠기엔, 육의원의 석등은 단호한 모습이었는데

가나자와의 겐로쿠엔은 석등조차도 다르다.

가나자와의 전반적인 평화지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다실 시구레테이와 화과자와 계절 감각


겐로쿠엔에 시구레테이(時雨堂)

라는 다실이 있다고 하는데 가 보진 않았다.


時雨 しぐれ... 뜻을 찾아보니

'(늦가을에) 오락가락하는 비'라고 나온다.


고요하고 한적한 정취를 말하는

사비(さび 寂) 정서의 시적 표현인 듯하다.


시구레테이에서 차를 마시면

계절에 따라 나오는 화과자가 제공된다고.

과자도 생활 속에서 접하는 예술, 공예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어휘를 포함하여 사시사철 계절감을 표현하는데

일본의 료칸이나 명승지 안내 사이트에도 사계절의 모습을 사진으로 게시해둔 것이 많았다.


차와 함께 정원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일본이고 보니 꽃과 나무를 향한 애정도 깊고

완성 후 고정되는 시나 회화, 조각 등의 조형 예술과 달리

정원은 자연의 연장이라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고...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나

다도의 화과자에 계절감이 반영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계절을 나타내는 계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하이쿠나

일본에 곳곳에서 보는 꽃과 나무, 꽃이 피는 시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는

이런 문화가 배경을 이루고 있음을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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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눈...


건너편에 가나자와 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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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번호판, '이시카와'라고 되어 있다.

히라가나 '에 え'로 시작하는 번호.


새삼, "아, 내가 일본에 있구나."



길 따라 내려가다가

전통 공예품을 파는 듯한 가게가 있어 잠깐 들러 구경했다.



왼쪽 가게,

가나자와 성을 조금 닮았다.



네기 라멘


사거리에 라멘 집.

역 주변, 관광명소 주변의 수수한 가게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낡고 수수해도 일본 가게의 깨끗함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깨끗함이 내면화되어 있는 듯.


네기(파) 라멘과

미소(된장) 라멘


네기 라멘이 굉장히 맛있었다.

덕분에 적응이 잘 안되던 일본 라멘에 마음이 열렸다.


미소 라멘은 담백할 거라는 예상을 벗어나

정성들여 만든 분께는 죄송했지만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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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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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들은

교복 위에 외투를 입지 않나 보다.

추위에 강한 듯. 온돌이 아닌 다다미 방에서 어려서부터 자라서인지...




버스를 타고,

히가시차야 거리로 향했다.





겐로쿠엔

가나자와 성과 겐로쿠엔, 겐로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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