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민의 일상
홍구 공원(虹口公园, 훙커우 공원)으로 불리다가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이 부근에 살며 이 곳을 자주 산책하길 즐겼고 그의 묘가 있는 상징성을 살려,
루쉰 공원(Lu Xun Park)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윤봉길(尹奉吉) 의사가 일본의 야만적인 제국주의 침략에 항거, 도시락 폭탄을 던진 곳도 이 곳.
중국의 루쉰, 한국의 윤봉길
두 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줄이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 분들.
그분들은 뜻을 이룬 것이,
중국 시민들이 평화롭고 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한국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 공원에 여행을 온다.
산책로와 연못, 광장 등이 있어
다채롭고도 여유로운 정경을 보여주는 루쉰 공원.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집 밖에 나와있는 걸 워낙에 즐기는 중국 시민들,
공원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이 해 1월, 도쿄 다바타 역에서 멀지 않은 리쿠기엔이라는 큰 정원 공원에서
사람이 없는데 까마귀는 울고 무서웠던 적이 있어 적당히 사람 많은 넓은 공원이 더욱 마음이 편했다.
공원을 완성하는 것은,
시민.
중국 사극에서 보던...
등받이 없는 의자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네 개 배치되어 있는 형태가 자주 보인다.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거나 장기를 두는 중국 시민들의 일상이 테이블과 의자에.
일상생활과 환경은 불가분.
창틀에 조형감각을 살려 석벽임에도. 벽과 창이 일상에서 접하는 조각 작품인 셈이다.
넓은 공원 한 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웃통도 벗고,
철봉이 좀 되던 분
다소 힘겨워보이는 분.
가만히 지켜보던
검은색 의상의 이 여성분.
그렇지.
검은색은 고수들의 색.
무협 영화를 좋아하는데다 이 강렬하고 멋진 모습이 인상 깊어
심신의 건강을 돌볼 겸 중국 무예 우슈를 배운 적 있다.
거의 한 달 내내 기본적인 동작 몇 개와 다리 찢기만 했던 기억...
그리도 안되던 동작들.
조금 더 걸어가면
붉은색이 감도는 나무 바닥과 연꽃 화분들이 가득한 곳이 나온다.
서양식 정원으로 설계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풍 정원으로 서서히 변모했다고.
그래서 이런 풍경이.
베이징 자금성 둘레의 해자에서도,
후통에서도 본 이런 긴 낚싯대.
참... 멋스럽다.
루쉰의 묘.
생애 기간 1881-1936)이 루쉰의 동상 아래에
묘 벽에는 노신선생지묘(魯迅先生之墓)라고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 덩굴 벤치가 있어
대문호 곁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며 쉬어 갈 수 있다.
왼쪽에 덩굴 벤치가 보인다.
동상을 중심으로 주위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이 분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프레임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이 유쾌한 장면으로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던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루쉰의 묘는 1956년 이 곳으로 이장되었다고 하는데
상하이 시민 덕분에 지루하지 않으실 듯.
역시,
공원을 완성하는 것은
시민이다.
나오는 길.
전통적인 벽 창틀의 조형 감각을
대나무로, 또 열린 벽과 대나무 숲의 차경으로 풀어놓는데
가만히 놓여있듯 떨어져 있는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