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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상하이

by 해달 haedal


2003년 처음 방문했던 상하이,

2015년 봄, 12년이 지나서야 다시 찾았다.

직장을 그만 두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였다.


가고 싶던 곳을 오랜만에 찾아가면 장점이 많다.


첫째, 지구 환경 문제를 덜 일으킨다.

둘째, 지역민들의 삶에 영향을 덜 끼친다.

셋째, 달라진 모습은 신선하고, 그대로인 모습은 반갑다.

넷째, 오랜만의 여행이기에 현지에서의 느낌이 배가된다.

언제 또 오게 될지 모르니 한껏 마음에 담아와 그 여운은 일상에서 내내 기분 좋은 활력이 된다.


그러므로 여행할 만큼의 충분히 여유가 없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풍부한 여행을 가능하게도 하니 나에게 좋고

환경문제를 덜 일으키니 다른 이를 위해 좋다 - '자리이타' - 나도 좋고, 너도 좋고.


2015년 봄, 상하이에서 완공된 SWFC와 용 형상의 상하이 타워를 보았다. 동방명주와 금무대하는 다시 봐서 반가웠고, 건설 중이던 혹은 중단 상태였던 SWFC와 그 뒤 새로이 착공된 상하이 타워를 보고 2003년과 2015년 12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황포강을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신도시와 구시가지가 공존하는 상하이는 12년 전에도 신도시는 진마오 빌딩 같은 마천루가 하늘을 향해 있는 현대적인 느낌이 가득했고 황포강 서쪽 와이탄과 프랑스 조계지 같은 구도심은 근대적 풍경을 낭만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후 루이 비통과 같은 명품샵, 애플 스토어가 들어서고 더 화려해졌지만 근대를 품은 글로벌 현대 도시 상하이의 매력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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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와이탄과 루자쭈이


상하이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강 서쪽인 푸시(중국어: 浦西, 병음: Pǔxī)는 상하이 구시가지로 근대의 흔적 와이탄이 있다.



강 동쪽인 푸둥(중국어 간체: 浦东, 정체: 浦東, 병음: Pǔdōng)은 상하이 신시가지로 거대한 마천루가 들어서 있는 루자쭈이 금융무역구가 있다. 상하이의 인상적인 야경을 만드는 곳.



상하이 마천루에 관해 찾아보니 나름 재미있었다.


동방명주 탑 ( 東方明珠塔 东方明珠塔 둥팡밍주타) 1991-1994

진마오 타워 (Jin Mao Tower 금무대하 金茂大厦) 1994-1998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타워 SWFC 1997-2003, 2003-2008


상하이 루자쭈이 마천루의 기공과 완공 날짜를 살펴보니, 랜드마크가 될 마천루가 완성되는 해에 맞추어 새로운 마천루가 착공된 것이 보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94년 동방명주 완공, 94년 진마오 타워 착공

98년 진마오 타워 완공, SWFC 97년 착공

2008년 SWFC 완공, 그 해 상하이 타워 착공...


한편, 12년 전의 나와는 달리 현재의 나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항상 두고 있기에 이런 설명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 상하이 타워 (Shanghai Tower 상해중심대하 上海中心大厦 )... 2008~2015 상하이 타워의 내부는 9개의 수직 존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건물의 투명한 내외벽으로 자연광을 극대 활용해 전기 조명 사용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타워의 외벽은 절연기능으로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나선형 난간은 빗물을 모아 상하이 타워 전체의 냉난방 시스템에 사용된다. 건물 내부의 3분의 1이 녹화공간으로 조성돼 자연 냉방을 유도한다."


빗물, 자연광 등...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소중한 것들 - 너무 흔해서 그 소중함을 망각하는 진정 값진 것들을 인간의 지혜로 인간의 생활에 활용하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지.



중국 상하이에서 수묵화 감상을!


또 하나, 직장인에서 인문학, 문화예술 연구자로 관심사와 하는 일이 바뀌다 보니 그전에 챙겨보지 못했던 미술관, 박물관도 들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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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를 사랑하니, 중국 상하이에서 마주하는 수묵화란....!!!


이렇듯 박물관, 미술관 관람도 물론 좋은 시간을 선사해주지만 미술관들은 국제 교류, 순회전 등을 하니 여행지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보다는 현지 사람들, 공간들, 문화를 가까이 접해보는걸 여전히 선택하고 싶다. 꽃보다 사람, 꽃보다 거리.



현지에서 살고 있는 느낌을 주던 한 호텔


예전에 묵었던 조계지에 위치해있는 유서 깊은 동호빈관에서 하루를 묵고 나머지 이틀은 다른 호텔에서 묵었다. 그 호텔은 호텔이라기보다, 아파트같이 느껴지던 숙소였는데 거실 베란다가 큰 창으로 되어 있고 창에는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폭신한 공간이 있었다. 거기에 앉아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는 한가로움이 좋았다.

마침 생일 즈음이어서 거리에서 꽃을 사서( 상하이에서는 꽃수레를 종종 볼 수 있다), 좋아하는 프레지아로, 숙소에 와서 꽂아두니 마치 집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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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거리와 잠옷


12년 전 상하이 거리에서 본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

거리에서 잠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던 사람들의 모습.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상하지만 상하이 시민들 의식에는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뭔가 자랑할 게 있으면 내보여주고 해야 하는데 좋은걸 혼자서 누리면 오히려 이웃으로부터 비난을 산다고...

12년이 지난 지금도 화려한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잠옷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편안하고 재미있다.


우리는 보도를 보행로의 기능에 한정해서 생각하지만 아직 상하이에서는 보도를 동네 골목길이나 공동의 마당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골목길은 원해 개인이 자기의 땅을 공공의 편의를 위해 내놓은 것이라 하니 보도를 단지 보도로만 사용하는 개념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익숙한 것을 달리 볼 수 있게 되는 것 - 여행이 줄 수 있는 큰 미덕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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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상하이에서 마지막 날,

상하이 야경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큰 식당에서 만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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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의 식사는 다른 이들에게도 권할 정도로 매우 훌륭했지만,

내내 마음에 남았던 곳은 전날 갔었던 조계지 근처 이층 건물의 한 호남 요리 식당.


그 식당에서 먹었던 맛있고 소박한 음식을 잊을 수가 없다.

음식도 정말 맛있었지만 그 식당에 가득 차 있던 중국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두런두런 이어지던 담소, 그리고 중국의 전통적 건축 모티브인 둥근 창 등, 상하이 시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많은 것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내 마음에 상하이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상하이를 방문하게 되면 꼭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12년 만에 다시 방문한 상하이.

결국 내 마음에 두고두고 여운을 남긴 것은,

물론 상하이의 화려함이 배경이 되어 더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상하이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마천루

동방명주 탑 (東方明珠塔 东方明珠塔 둥팡밍주타)

진마오 타워 (Jin Mao Tower 금무대하 金茂大厦)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타워 SWFC (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上海環球金融中心 )

상하이 타워 (Shanghai Tower 상해중심대하 上海中心大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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