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납서족자치현(玉龙纳西族自治县)
이라는 지명이 말해 주듯
만년설이 남아 있는 옥룡설산 아래에는 나시족들이 살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리장 고성은 그 나시족이 세운 성으로
성 안 곳곳에서 저 멀리 옥룡 설산이 보이고
그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고성 수로를 따라 흐르고 있어,
그 수로를 따라 돌로 포장된 매끈한 길을 산책하거나
천변 카페 혹은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으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맑은 물소리에 마음이 밝아진다.
리장 여행 사흘째
옥룡설산에 가는 길.
산 입구에 다다랐다.
운무가 자욱.
장관이라는,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듯,
만년설에 덮인 모습을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높은 만년설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데 길이가 2km 가까이 된다고.
리장 고성에서 흑룡담 공원까지 택시를 타고 간 거리가 2km가량.
그 거리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갑자기 무서워지곤 했지만
산을 덮은 푸른 수목과
부드러운 안개에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해발 5000미터가 넘은 높은 곳에
무사히 도착했다.
반가운 간이식당들.
가게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이제 눈에 익숙한 풍로.
주인이 미인.
장족 사람들은 남녀노소 훤칠하고 잘 생긴 분들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아름다운 분들이 여기저기에.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나니 추위도 가시고 기운이 났다.
8월 초, 한국은 한참 더울 때였지만 이곳은 만년설이 있는 고지대.
리장에서 따뜻한 외투 하나 사길 정말 잘했다.
신발도 하나 샀는데, 샌들 신고 오면 후회하게 된다.
말 타고 좀 더 높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저 쪽에 탈 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출발.
말을 타고 안개 속으로.
안개가 가득해서
숨을 쉬면 물을 마시는 것 같다.
말을 위해 중간중간 잠시 쉰다.
말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사람들은 대자연의 품에서
각자 상념에 잠긴다.
일행 중 한 사람은 말 좀 타본 사람.
우리 일행의 가이드였던 소년과 말을 타고 경주를 하고
다들 유쾌하게 구경.
몽골 등 유목적인 삶을 살아가는 지역에서는
아기가 세 살이나 네 살 무렵 말을 탄다고 하던데
이 지역 친구들도 그랬을까.
말의 움직임에 맞추어 주는가 하면
어느 순간 적절히 말을 제어한다.
예술의 경지.
설산 이 곳 저 곳을
말 위에서, 내려서, 둘러보았다.
말 타는 모습에
운무에 싸인 산의 장관에
한참 동안 매료되었다.
내려오는 길.
말과 친해졌다고 판단했는지
조금 속도를 내는 길잡이 소년들.
올라올 때의 느릿한 걸음 대신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걷는 말들.
옆에서 말의 고삐를 쥐고 있는 노련한 안내자들이 있어 안심이다.
옥룡설산의 만년설을 보지 못해도
발 밑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지 못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워낙 운무를 좋아하거니와
운무로 인해 운치 있던 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멋진 조우로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리장은,
고성의 그 활기 있고 잔잔한 아름다움과
옥룡 설산의 운무와
산과 말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소년들로 내게
오랫동안 간직할 여운으로 남았다.